20.12.29-21.01.02

2021. 1. 19. 10:28함께 하는 시간/w. Crystal Exarch

뭐라고? 희귀 수정공 컬렉션?

(소스라치게 놀란 모습이다.)

얼굴이 없는 까만 사람?

... ... ... 부엉이와 얘기하던 것을 들은 건가?

(고개를 적극적으로 끄덕인다. 어쩐지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보나...

갖고 싶어. 희귀 수정공 컬렉션!

나는, 그 마물이 어디 있는지 모르네. 그리고 대체 그런 건 왜 가지려는 건가. 응?

그야, 라하가 바움쿠헨을 먹는 모습은 몰라도 마법전사같은 의상을 입은 모습은 볼 수 없을... 어라. (네 모습을 이리저리 살핀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마법전사잖아?

마법전사라니... 마법을 쓰기는 하지만 전사는 아닌걸. 대체 그대가 말하는 마법전사라는 것이 무얼 뜻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당신의 눈길을 피해 당신의 뒤로 움직인다.)

마법전사는 말 그대로, 마법으로 세계의 위협과 싸우는 마법사야. 평상시엔 평범하게 지내다가 위기가 닥치면 빛을 내뿜으며 변신해. 그러면 옷도 마법사스럽게 바뀌는데, 라하는 이미 마법사스러운 옷을 입었고 평소에도 마법을 쓰고 있으니 딱히 변신할 필요도 없잖아?

흠... 세계의 위협과 싸운다는 점에서, 부끄럽지만 조금은 맞는 것도 같네. ...빛을 내뿜으면서 변신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고. ...일단은 나도 마법전사인 걸로 할까.

(고개를 끄덕이며 네 말에 동의를 표하다가 번뜩 무언가 떠올라 다시 한 번 눈을 빛낸다!) 아, 그래. 마법전사는 마법을 쓸 때마다 멋진 말을 해. 그게 일종의 주문인 셈이야. 심해의 아모로트에서 내가 하데스와 대치중일 때, 라하가 차원소환술식을 쓰며 했던 말 있잖아, 그런 거. '자, 시공을 초월해서 오너라. 우리에게 지금, 힘을 빌려다오! 저 너머에 있는 용감무쌍한 용사들이여!' (네 흉내를 내며 당시의 네 말투, 억양까지 최대한 똑같이 따라해본다. 비장하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잠깐, 너무 상세히 기억하고 있는 것 아닌가. 부끄럽네, 그만 두게...

어머나- 뭐가? 그 때 라하 정말로 비장했잖아. 정말 마지막 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런데 이제 와서 라하가 외친 최후의 주문이 그렇게나 부끄러워? (생글생글.)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려버린다. 손 틈새로 보이는 얼굴이 여전히 붉은 채다.) ...지금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울 뿐이야. 후회는 않지만.

그야 당연히 그랬겠지, 네가 거기서 모든 힘을 다 쓰고 별의 바다로 돌아가면 네게 후회는 남지 않는 셈이니까. 남겨진 나만 후회하고 슬퍼하며 살아갔겠지. 어딘가의 이름모를 수정공이 되고 싶었던 마법소년 라하. (입술을 살짝 삐죽인다. 어쩐지 토라진 것 같기도.)

(손을 살짝 내리고는 당신의 눈치를 본다.) ...이베르, 많이... 화난 건가...?

... ... ... ...아니. 화 안 났어. 근데 그 때는 화나고 슬프고 불안했어. 지금은 라하가 다신 안 그러겠다고 나랑 약속해 줬으니까, 화 안 낼게. 이제 우리 아이들까지 있는데 당연히 라하도 더 몸조심하겠지. (어쩐지 어감이 이상하다.)

...화를 내지 않겠다는 건, 화가 났다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테니 화 풀게나. 그리고 이제는, 책임져야할 그대와 아이들이 있으니까. (고개를 살짝 숙인채로 당신을 바라보며 받아친다.)

좀 더 정확히는, 우리 둘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또 우리가 서로를 책임지는 거지. 안 그래? 그런 말 들으니까 조금 부끄러우면서도 이상한 기분이네. 그냥 평범하게 어딘가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가족이 된 기분이야.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그대와 내 위치...를 생각해보면 나름 평범한 편이 아닐까. 평범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지.

일단 우리 둘 다 평범하고는 좀 거리가 멀거든. 그건 원초세계로 돌아가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일걸? (푸스스 웃는다.) 참, 그래. 그걸 생각해봐야지. 아이들도 저쪽 세계로 함께 데리고 갈 수 있는 방법 말야. '우리 아이들' 이니까 끝까지 책임을 져야지.

(잠시 생각하다, 손가락 두 개를 펴보인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찾아보면 더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생각나는 건 이 둘일세. 하나는 그대도 알다싶이 그대가 꼬마친구나, 탈 것을 데리고 다니듯 그대의 소유물이라고 인식해서 데려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 불확실한 방법이긴 해. 아니, 많이 불확실하다고 봐야겠지. 일전에 아이들이 타워 밖으로 나왔을 때, 아이들이 에테르의 상태가 되어서 나온 후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듯 하다고 했었지. 만약 그렇다면 아이들은 아마도 에테르에 많이 민감할 거야. 민감한 만큼 에테르의 흔적도 쫒는 것도 수월하겠지. 그대가 원초세계와 1세계 사이를 텔레포하면서 남겼을 흔적을 따라 아이들이 자신의 힘으로 원초세계로 오도록 유도하는... 아니, 역시 무리려나. 확신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실험이 불가능하니 실행했을 때 실패라도 했다간 아이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될 거야. (길게 한숨을 내쉰다.) ...잊어주게. 다른... 다른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 있을 거야.

으음... 어쩌면, 너와 내가 돌아갈 때 아이들도 저절로 우리와 함께 옮겨질지도 몰라. 아이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어찌되었든 본체가 지닌 에테르에 끌리게 될 테니까. 만약 아니라면, 그리고 우리가 돌아갈 때까지도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내가 1세계와 원초세계를 오가며 아이들을 데려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알아봐야지, 뭐. 물론 원초세계에서는 라하의 도움도 잔뜩 받을 거고! 아이들을 내 소유물로 인식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해. 사실 네가 그 이야기를 전에도 했었잖아, 그래서 그 때부터 종종 노력해 봤는데 안 되더라. 꼬마친구나 탈것들은 무엇보다 내가 '소환'할 때 나타나니까 내 것이란 인식이 강한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아.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우리가 부른다고 해서 꼭 우리에게 와 줘야 한단 법도 없는 거니까.

(뭔가 생각이 난 듯 흠칫한다.) 아, 아이들이, 1세계를 벗어나길 원치 않으면 어쩌지? 물론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야하지만, 아이들과 떨어져야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울적해보인다.)

아이들이? 내 생각엔 전혀 안 그럴 것 같아. 지금도 틈만 나면 바깥으로 놀러 나가는데, 여기보다 더 볼 것이 많은 세계가 있다고 하면 당연히 그리로 가려고 하겠지. 물론 무의 대지가 재생되면 여기도 원초세계만큼의 다양성이 싹트겠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같은 조건이라면 아이들은 우리가 있는 세계를 선택할걸? 아마 우릴 엄청 좋아하고 있는 걸 거야. 그게 아니라면 아이들이 항상 여기로 돌아와서 굳이 우리랑 같이 지낼 이유가 없지?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가, 작게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갈무리한다.) 원초세계에서 다같이 살 수 있다면 정말로 좋을텐데.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연구를 더 해야겠어. 아이들을 어떻게 데려갈지도.

어머나- 라하. 우리 아이들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네? (어쩐지 상당히 짖궂은 표정이다. 어느샌가 쫑쫑 다가온 아이들을 양 어깨에 올리고, 한 명은 제가 안아든 채로 가장 오래된 금기의 질문을 입에 담는다!) 아이들이 더 좋아, 내가 더 좋아?

우리 아이들인데 당연히 많이 좋아하지... (당신의 질문에 미간을 살짝 좁히고는 되묻는다.) ...그대라면 나와 아이들 중에 누구를 고를텐가?

어어, 내가 먼저 물어봤는데? 라하가 먼저 답해주면 나도 답해줄게. (여전히 짖궂은 표정이다!)

음. 그대가 고를 답과 같아. 이정도면 대답이 될까.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다니. 우리 아이들도 무척이나 궁금한 얼굴인데 정말 말 안 해줄 거야? (안고 있던 첫째를 네 앞으로 스윽 내밀어본다!) 혹시 나와 아이들, 둘 중 한 쪽이 이 자리에 없다면 라하가 대답을 해 주려나~?

둘 다 자리에 없어도 대답할 생각 없네. 어떻게 감히 사랑에 위아래를 정할 수 있겠나. 그대도, 아이들도 다 하나뿐인걸.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너무 민망한데! 난 그냥 라하를 놀리려고 한 질문이었고, 진심은 아니야. 아이들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라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슬쩍 눈을 피한다.) ...당연하지.

...? 라하, 왜 눈을 피해. 설마.... 내가 진심으로 그런 질문을 했다고 생각한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사랑의 종류가 다른데! 설마 나를 아이들을 보는 눈으로 보고 있는 거 아니지? 응? 아이들을 나를 보는 눈으로 본다거나...!

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어떻게 그대와 아이들을 같은 눈으로 보겠어. 대체 어떻게 그런 말을... (심히 충격받은 표정이다.)

하, 하지만 라하가! 내가 장난치려고 한 질문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 보였으니까! 막 진지하게 내 질문에 답하다가 내가 장난이라고 하니까 눈을 피하면서 침묵 후에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잖아! (충격받은 듯한 네 표정에 본인이 더 충격받은 듯하다!)

그대가 장난을 치는 건지 아닌지, 내가 어찌 알겠나. ...조금 표정이 짖궂어보이긴 했지만... ...조금 수준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 동안의 내 장난은 잘도 눈치채줬잖아. 비겁한 변명에 앞뒤도 안 맞네, 조금 수준이 아닌 짖궂은 표정이었다면 당연히 장난이지! (아이들을 내려놓더니 갑작스레 네게 달려들어 안긴다.)

(당신의 말에 조금 시무룩해졌다가, 제 품에 안기는 당신에 놀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금세 안정을 되찾고는 당신을 가볍게 안아서 토닥인다.)

(불만!) ...어머나, 수정공. 저를 잊은 건가요? 어떻게 제가 안겼다고 해서 이렇게 뻣뻣하게 굳을 수 있죠? 순간이었지만 다 느껴진다구요. 로브 밑으로 살랑이는 꼬리 끝도 이만큼이나 부풀어서는. 이래가지고 제가 라라펠이 되었을 때 팔짝 뛰어오르면 긴장하지 않고 잘 받아서 안아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대가, 갑자기 안기지 않았나. 다른 장난을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안기니 놀랄 수 밖에. 그래도 놓치지 않고 받아냈으니 조금은 봐줬으면 좋겠네만... 응? 내 사랑.

내가 장난을 그렇게 많이 쳤나? 이전의 라하에 비하면 내가 하는 건 새발의 피일걸. 라하가 '내 사랑'이라고 날 불러줬으니까 이번엔 봐줄게. 새해니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뭐, 사실 그렇게나 많이 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내 나름대로 그대를 놀리는 것이라고 해둘까.

이런, 라하는 날 놀리면 안 된다니까? 라하가 하는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내가 알 수 없단 말이야. 그런 얼굴에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하면 전부 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들리거든. (키득대며 무릎을 조금 굽혀 너와 키를 맞추더니 네 가슴께에 얼굴을 부벼본다. 옷의 장식 때문에 영 번거롭다!)

(조금 머뭇댄다.) ...아이들이... 뚫어지도록 보고있네만... 내보낼까? 저 눈빛이 너무 부담스럽네. (당신의 머리부터 등까지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왜? 전에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을 때 라하도 동의했잖아. 이런 모습 더 많이 보여주기로 한 거 아니었어?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들어 너를 올려다본다.)

...그건 그랬지만, 아이들이 보는 게 조금... (아이들을 힐긋 바라본다. 아이들의 작은 눈이 지나치게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에게서 눈을 스르르 떼버린다.)

 

 

 

mobile.twitter.com/hiverche_/status/1343718311016558593

'함께 하는 시간 > w. Crystal Exarch'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01.18 * FINALE  (0) 2021.01.19
2021.01.03-18  (0) 2021.01.19
20.12.19-25  (0) 2020.12.29
20.12.07-18  (0) 2020.12.13
20.12.04-05  (0) 202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