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8

2020. 12. 13. 20:03함께 하는 시간/w. Crystal Exarch

(원초세계의 별빛축제에서 쓰이는 온갖 장식 재료들을 한가득 늘어놓고 네 옆에 앉아 열심히 조립 중이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

(어느샌가 당신의 곁에 서서 당신이 하는 것을 구경하고있다.)

앗. 라하도 만들래? 곧 원초세계에서 별빛축제가 시작되는데 크리스타리움에서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동그란 공같이 생긴 오너먼트 하나와 반짝이 풀을 건네준다!) 반짝이 풀로 이 동그란 공에다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오너먼트와 반짝이 풀을 받아든다.) 그림이라... 자신은 없지만, 한 번 해보겠네. (조심조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조금은 삐뚤삐뚤한 모양의 병아리가 그려져간다.)

(병아리... 조금은 쳐진 기분으로 아직 익숙치 못한 네 솜씨를 구경한다. 그래도 이만하면 잘 그리는걸.) 으음. 당연히 날 먼저 그려줄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들을 그린 거지? 아이들을 다 그리고 나면 나도 그려줄 거지?

...그게... 그대를 그리기에는 내 실력이 너무나도 변변찮기도 하고... 그리고, 이 장식도 조금 작지 않나. 그대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음... (금색 반짝이를 붙이던 투명 볼을 내려놓고 붉은색 볼을 하나 집어들었다. 푸른색 반짝이풀로 원을 하나 그리고, 원 바깥쪽에 고양이 귀를 삐죽삐죽 두 개 그리고, 다시 붉은색 반짝이풀로 네 눈이 될 작은 원을 콕콕 찍는다. 영웅의 솜씨도 영 서툴긴 마찬가지다.) 이 정도만 해도 괜찮지?

(당신이 하는 모습을 보고는 저도 새로운 금색 볼을 집어든다. 그리고는 은색 반짝이풀로 원을 그리고, 양 옆으로 삐죽하게 튀어나온 것도 그리고, 보라색 반짝이풀로 눈을 콕콕 찍는다. 조금 뿌듯하다는 듯 당신에게 보여준다.)

앗. 귀여운 어둠의 전사네. 그리고 여기 귀여운 수정공도 있고. 우리 아이들이 그려질 볼까지 합하면 총 다섯 개, 이것들은 타워 입구 계단 쪽에 대롱대롱 걸어놓을래. 제일 잘 보이게! 밤이 되면 이 반짝이풀들이 빛을 내서 더 선명하게 보일 거야!

확실히 귀엽겠는걸. 예쁘기도 할 것 같고... 흠... 더 열심히 꾸미면 좋을 것 같은데... 무얼 더 하면 좋을까...

볼에 뭔가를 더 하면 정신없어질 것 같으니까, 볼을 매달아놓을 줄을 화려하게 꾸며보자. 내가 이런 걸 갖고 왔거든. 낮 동안 태양빛을 받아 저장해뒀다가, 주변이 어두워지면 저장해 둔 태양빛으로 스스로 불밝히는 등불이야! (물방울 모양의 작은 등불들이 가느다란 낚싯줄에 촘촘히 달려있다. 한 쪽 끄트머리는 자신이 잡고 다른 쪽 끝을 네게 건네준 뒤, 시범을 보여주듯 굵고 탄탄한 반투명 실에 등불이 달린 낚싯줄을 천천히 감는다.) 이러면 밤에 아주 예쁠 거야.

한 가지 색으로만 빛나는 건가? 아니면, 여러 가지 색으로? (등불 낚싯줄을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볼 위에 얹듯이 장식해도 예쁠 것 같은걸.

노란색에서 시작해서 하얀색, 푸른색, 보라색 그리고 붉은색으로 자연스럽게 변해. 음,그러면 볼 위에도 조금 얹어볼까? 볼에 모자를 씌운다는 느낌으로 말아얹는 거야!

색색 조명이었나. 어디... 몇 개는 얼기설기 얹고, 몇 개는 촘촘히 말아서 올려보지. 흠, 기대되는걸... 리본 같은 것도 중간 중간에 달면 어울리려나...

좋아. 그러면... (등불이 촘촘히 달린 선을 싹둑, 잘라 다섯 개의 짧은 등불라인을 또 만들어낸다. 잘 엮으면 작은 산타모자가 나올 것 같은 길이다. 리본을 묶을 수 있는 붉은 샤무드와 금색 실도 늘어놓는다. 널 보며 씨익 웃곤 네 얼굴 그림이 그려진 볼 위에 작은 등불 모자를 만들어 씌운다.)

(당신을 그린 볼 위에 선을 얼기설기 얹고는, 조금씩 흘러내리는 듯하게 배치한다. 붉은 샤무드로 리본을 만들어 잔뜩 달아둔다. 조금 과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공은 꽤나 만족한 것 같다.)

... ... ... (네가 만든 어둠의 전사 볼(?)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남은 샤무드를 한데 뭉쳐 매듭을 묶더니 아주 커다란 8겹 리본을 만든다. 그것을 수정공 볼에 동여매는 듯 하더니... 돌연 네게 왁! 하고 달려들어 그 목에 예쁘게 묶어주었다!) 나는 진짜 라하에게 묶어줄래! 왕리본으로!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목에 묶인 리본을 슬슬 만지다가 투정부리듯 말한다.) 얼마나 하고 있어야하나? ...조금 간질간질한 기분인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불편한 데가 있는지 확인해본다.)

맙소사, 이젠 떼달라고 하지도 않는 거야? (조금 어처구니 없는 눈빛으로 널 바라본다. 이래서야 놀리는 재미가 없는데!) ...라하가 어둠의 전사 볼에 붙여놓은 리본을 조금 덜어준다고 약속하면 나도 이 커다란 리본을 풀어줄 의향이 있어.

타워 안이니까. 다른 이들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니 상관이 없지. 리본을 덜어내는건... 음... 거절하겠네. 열심히 꾸민 것인데 아깝지 않나. 오히려 뭔가 더 추가하고싶네만...

앗... 타워 안에 두는 줄 알았구나. 나는 대응접광장에서 타워 입구로 향하는 계단에 두고 싶었던 거였는데. 그러면 타워 안에 둘 것과 바깥에 둘 것으로 나눠서 두 세트 만들면 되겠네. 물론- 타워 안에 두는 볼들이야 아무런 상관이 없지. 그럼 나도, 타워 안에 장식할 수정공 볼은 어둠의 전사 볼보다 더 화려하고 휘황찬란하게 꾸미고 싶어! 차라리 샹들리에를 만들어 성견의 방에 매달까? (키득키득 웃는다. 진짜로 할 생각일지도!)

(조금 머뭇대다 작게 말한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있지 않는다는 건 내 목의 리본 얘기였네만... ...서, 설마, 나를 이대로 사람들 앞에 보이려는 건가? 이런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게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 리본으로 도배된 어둠의 전사 볼은 밖에 보여도 상관없고 커다란 리본을 단 라하는 내보이면 안된다는 거야~? 어머나 라하, 치사하게. 나만 잔뜩 부끄럽게 만드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리본 잔뜩 달린 어둠의 전사 볼을 크리스타리움의 모두가 보게 될 텐데!

그래도, 장식이니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지 않겠나! 반면에 나는, 더이상 떨어질 체면도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정말로 나를 이런 모습으로 다른 이들 앞에 보일 생각인가...? 응?

(슬금슬금 대답을 회피하며 딴소리를 늘어놓는다.) 더 이상 떠, 떨어질 체면도 없을 것 같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그 정도로 체면을 많이 상하게 한 거야? 수정공도 어둠의 전사와 함께 할 때 만큼은 평범하다고, 크리스타리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체면이 상하는 일이었다니...

...아니, 음, 단어 선택을 잘못한 것 같네. 주민들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거야. 다만, 내가... 부끄럽달지, 창피하달지... 그대도 알지 않나. 내가, 나도 모르는 권위욕이 있었다는걸. ...으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 지... (시무룩해져서는 한숨을 폭 내쉰다.)

... (투표 벽보가 붙었던 그 때의 이야기를 하는 걸까. 장난이었는데 아직도 담아두고 있었을 줄은...) 그, 라하. 네가 은근히 권위 찾는 타입이라고 한 거 진짜 장난이었는데... 솔직히 이만한 도시의 수장이 적정 수준의 권위를 찾지 않는다면 그것도 또 문제지. 라하가 그런 쪽으로 욕심 있는 게 아니라, 네 위치가 위치다 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러니까 라하에게 이 커다란 리본을 맨 채로 밖에 나가자는 말은 하지 않을게. 대신 이건 어때, 이건 라하의 체면을 떨어뜨리지 않고 오히려 더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작은 상자를 꺼내 네 눈 앞에 열어보인다. 별빛축제를 연상케 하는, 반짝이는 작은 브로치.) 원래는 포인세티아 헤어핀으로 하려 했는데 그것도 라하의 체면을 좀 구길 수 있을 테니, 이걸로 바꿨어. 옷에 달고 다니면 되니까 괜찮지?

농담이었던 건가... 나는 그것도 모르고. (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린다. 잠시 가만히 있다, 손가락 틈으로 당신이 보여준 브로치를 본다. 손에 얼굴을 묻고있어, 말이 조금은 웅얼거리는 듯 들린다.) 무척... 예쁘네. 색 때문인지 잘 어울릴 것 같긴 한걸...

(어쩌지... 잠깐 브로치는 옆에 놓아두고 너를 꼭 안아준다. 일정한 간격으로 등을 토닥여주며 그 리듬에 맞춰 몸을 좌우로 천천히, 조금씩 흔들었다.) 정말로 장난이야. 라하가 너무 귀여워서 그랬어. 그리고 설령 네가 권위를 찾는대도, 그런 라하는 또 세상에서 제일 멋있으니까 내가 수도 없이 반하겠지. 있잖아, 만약 앞으로 또 내가 라하가 어떤 것 같다고 말한다면 그건 싫어서가 아니라 네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그런 거야. 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나가는 거 너무 좋고 기쁘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담아두지 말아. 응?

그대가 하는 말을 어찌 담아두지 않을 수 있겠나. 그대가 하는 말인 것을. 그저, 조금 부끄러울 뿐이야... 실은, 장난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 했네. 그래서 조금 조심하려했던 거였는데, 으음... ...부끄러워...

흐음. 그러면 앞으로는, 내가 한 말들 담아두더라도 모두 좋은 쪽으로 생각해 주기다? 정말로 내가 뭔가... 네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게 있으면 꼭 그렇게 말해줄게. 아마도 네가 또 희생하려고 들지만 않는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그대가 '수정공은 권위를 찾는 편이구나!'하면 '권위를 찾는 모습이 좋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되는 건가?

권위를 찾는 모습'이' 좋다가 아니라 권위를 찾는 모습'도' 좋다, 라고 생각해 줘야지. 왜냐하면 난 라하의 모든 걸 좋아하니까!

알았네. 그대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좋아하니까. (작게 웃는다.)

맞아. 라하가 지금 이렇게 여덟 겹 리본을 묶고 있는 모습도 아주 사랑스럽고 선물같은 모습이라 좋아하고. (키득키득 웃으며 아직도 네 목에 묶여있는 리본을 톡톡 건드린다. 풀어 줄 의향이 없는 걸까...? 그러면 브로치는...?)

(가만히 당신이 하는 것을 지켜보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사랑스럽고 선물같은 모습의 수정공은 만족할 만큼 보았나? 이만 풀어줬으면 좋겠는데... 조금은 불편하단 말이네.

앗, 그럼 잠깐만. (주머니에서 알라그 석판 기기를 꺼내더니 네 앞에 들이밀고 한껏 인상을 쓰며 집중한다. 사진을 찍고 풀어주려는 모양이다! 기기를 세로로 들었다가 가로로 돌렸다가 하며 쉽사리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가. (조금 투덜거린다.)

잠깐만, 여기 너무 푸른색 일색이라 라하가 예쁘게 안 나온단 말이야. (저도 덩달아 투덜대며 한참 더 인상을 쓰고 기기를 요리조리 돌리더니 드디어 버튼을 눌렀다. 찰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여덟 겹 리본을 매고 있는 네 모습이 화면에 가득 찬다. 그제서야 만족한 듯 리본을 떼어내고, 옆에 놓아두었던 브로치를 집어들어 조금 고민하다 네 왼쪽 가슴께에 톡 달아준다. 하얀 천 위에 붉은 브로치가 자리잡았다.)

(목이 자유로워진 것이 만족스러운 듯 목을 몇 번 문지르다, 제 옷에 달린 브로치를 조심스럽게 만진다.) 음... 잘 어울리는 것 같나? 그대가 골라준 것이니 어울리지 않을 리는 없지만.

응, 아주 잘 어울려. 라하의 체면도 구겨지지 않고. (옅게 웃으며 리본이 잔뜩 달려있는 어둠의 전사 볼과 수정공 볼을 네 얼굴 양옆으로 들어본다.) 그럼 멋진 라하는 여기 내 앞에 있으니까, 이 귀여운 수정공 볼은 어둠의 전사 볼처럼 리본을 잔뜩 붙일래!

(고개를 끄덕인다.) 리본 말고도 다른 장식은 더 없나? 보석같은 것이라던지, 아니면 구슬이라던지. (어둠의 전사 볼을 더 꾸미려는 생각인 건지, 아니면 수정공 볼을 리본이 아닌 다른 것으로 장식해줬으면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 있긴 있는데... 이걸 다 붙여놓으려고? (예쁘게 컷팅된 색색의 보석 조각들을 촤르르 쏟아놓는다. 작은 투명구슬을 얇은 줄에 일렬로 꿰어놓은 모빌도 있고, 길쭉길쭉하게 생긴 초록 잎사귀들과 포인세티아를 본따 만든 작은 종이꽃들도.) ...흐음. 라하가 어둠의 전사 볼에 뭔가를 더 붙이면 나도 수정공 볼에 똑같이 할 거야! 장식이 너무 많아서 내가 그린 수정공이 잘 안 보일지도 모르겠네?

내가 하는 대로 다 한다면... 흠... 그럼 그림이 가려지지 않게만 꾸미면 되는 것 아니겠나. (장식들을 어둠의 전사 볼에 가져다대며 신중히 고민한다. 하지만 이미 리본으로 가득찬 볼에는 꾸밀 자리가 없어보인다...)

라하, 라하 맞아? 잠깐 봐봐. 이렇게나 반짝이고 정신없는걸 좋아하다니 혹시 일 메그의 픽시가 라하 행세를 하고있는 건 아닐까? (네 양 뺨에 두 손을 올리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본다!)

(눈을 꿈벅이다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이런, 들켜버렸나! 수정공은 내가 숨겨두고 있지. 돌려받고싶다면 내게 잘 해야 할 거야!

(아주 잠시잠깐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지만 눈 깜짝할 새 태연자약한 미소를 내보인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네 말을 진심으로 믿었던 것 같기도...) 어머나~ 그래? 이것 참 큰일이네. 네가 픽시라고 인정하면 라하는 내가 또 자길 못알아봤다고 토라질 테고, 네가 픽시가 아니라고 하면 라하는 자기 장난이 또 내게 먹히지 않았다고 시무룩해할 테고. 이름 모를 수정공,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을래?

...장난이란 걸 알았다면 적당히 어울려주면 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렇게 쉽게 토라지지 않아.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그렇구나, 쉽게 토라지지 않는구나. 그럼 지금은 토라진 게 아니라 삐진 거야? (키득대며 너를 꼭 안는다. 그리고 뒤쪽에서 아주 커다란 크리스마스 장식용 볼을 한 개 꺼내든다. 다른 것들의 네 배 크기다.) 이것 봐, 라하. 토라진 라하를 위해 커다란 장식볼을 준비했어. 마음껏 꾸밀 수 있다구!

토라지지 않았대도... 그래도, 이건 조금 마음에 드는걸. (커다란 장식볼을 보면서 귀가 파닥거린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꾸미면 좋을 지 퐁퐁 생각하는 것 같아보인다.)

방금 고개 홱 돌렸잖아. 그게 토라졌다는 신호인 것 같은데? (검지손가락 끝으로 네 볼을 폭 누르며 웃는다.)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어. 이렇게 귀엽고 마음 여린 네가 어떻게 그 긴 시간들을 견뎌냈는지... 내 라하. 좋아, 조금 부끄럽지만 뭐 어때. 내가 네게 준 것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괜찮아!

(당신의 말에 조금 곰곰히 생각한다.) ...그럼 저 장식들로 그대도 꾸며도 되는 건가?

...?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커다란 금색 볼과 너를 번갈아 바라본다. 몇 초 후 영웅의 눈이 조금 커졌다.) 나...? 진짜 나를 말하는 거야? 나한테... 리본이랑 보석이랑 포인세티아 꽃이랑 잎사귀들을 붙이려고?

(고개를 끄덕인다. 어쩐지 눈이 빛나는 것도 같다.) 저 커다란 장식용 볼도, 그대도 꾸미고 싶네만. 그대도 내 목에 리본을 걸지 않았었나.

그, 그렇지. 내가 라하 목에 리본을 묶었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타워 안에서 그런 거였으니까! 라하도 그렇게 할 거지? 리본이 잔뜩 붙은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거나 하지 않을 거지?

음... 흐음... 일단 꾸미고 그대가 결정하는 건 어떻겠나. 멋지게 꾸밀 자신 있으니.

(아무래도 잘 꾸며진 어둠의 전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모양인데... 이대로 인간 트리가 되어버리는 걸까? 미심쩍어 하면서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본다.) 장식을 붙인 어둠의 전사를 밖에 데리고 갈 때는 라하도 리본을 매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마!

음... 고려는 해보겠네. 좋아... 어떻게 꾸며볼까... (작은 보석들을 당신의 얼굴에 조심조심 붙인다. 눈물이 방울져 흐르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이번에는 모빌을 들어올린다. 모빌이 당신의 오른쪽 귀부터 코를 지나 왼쪽 귀에 걸렸다. 곰곰히 더 생각해본다.)

이게 뭐야! 이 줄 불편해, 숨쉬기도 힘들고 시야에도 자꾸 걸려! 음식을 먹을 때도 완전 불편할 거란 말이야. 차라리 머리에 리본을 달아줘! (자승자박인 것 같지만 어쩔 수가 없다...!)

(조금 시무룩하게 모빌을 다시 떼어낸다. 머리에 리본이라... 잎사귀들을 잘 모아서 당신의 머리 한 쪽에 단정히 올리고는 그 위에 커다란 리본을 올린다. 리본의 중심에 포인세티아 종이꽃을 얹는다! 왠지 모빌을 포기하고싶지가 않아, 잎사귀 주변을 모빌로 장식해준다.) ...음. 음, 좋아.

(손을 올려 꽃리본(?)을 만지작거린다.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걸. 밖에 나가자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엄청나게 큰 머리핀같이 보이겠네. 이걸로 어둠의 전사 꾸미기는 끝이야?

(당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앓는 소리를 낸다.) ...뭔가 더 꾸미고 싶은데, 도저히 생각나는 것이 없네. 그대가 아이디어를 주지 않겠나? 정말로 떠오르는 게 없어...

더... 더 하려고...? 그, 그러면 내 목이랑 손목에 붉은 리본을 묶고... (방금 귀에 걸쳤던 모빌을 떼어내며 아쉬워했던 네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빌은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달면 괜찮을거야... 팽팽하게 말고, 내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조금 줄을 느슨하게 해서... (얼결에 대답한다!)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뿌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대가 대답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그럼 그대가 얘기해준 대로 더 꾸며볼까. (얼굴에 완연히 미소를 띄우며 붉은 리본으로 당신의 목과 손목을 장식한다. 리본 끈에 보석도 촘촘히 붙여주고. 당신의 어깨를 감싸도록 모빌도 달아준다. 더 장식할만한 것이 있으려나... 고민해보지만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다! 조금 아쉽지만 꾸미는 것을 끝내기로 한다. 당신을 바라보며 작게 웃는다.) 그대와 나의 합작품이야. 꽤나 그럴듯한걸.

... ... (양 손목에 묶인 리본을 들여다보고 어깨에 달린 모빌을 만져보다가 어색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너를 빤히 바라본다.) 인간 트리가 된 기분이야. 그럼, 잘 꾸며진 어둠의 전사로 라하는 뭘 할 건데?

...음... ...글쎄. 꾸민 뒤의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거든. 그대라면 어떻게 하려나... 흐음, 알라그 단말로 모습을 기록하고... ...아이들에게 꾸며진 모습을 보여줄지도. (제 말이 맞냐는 듯 당신을 바라본다.)

그, 그건... 내가 라하를 꾸몄다면 그렇게 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꾸며진 거니까, 어둠의 전사는 자기 몸에 붙은 장식소품들을 이제 그만 떼어내고 싶어! 아참, 사진도 안 돼! (이렇게 말하면 또 네가 시무룩해지지 않을까...?)

...그대는 조금 전에 내가 리본을 목에 장식하고 있던 것을 단말에 기록하지 않았나.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데. 그대가 정 반대한다면... ...그렇지, 그대의 모습을 상세히 기억해서 일전에 푀부트 금화를 주고 그림을 의뢰했던 화가에게 그려달라고 할거네. (협박...?을 시도해본다!)

... ... ...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을 텐데. 순간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눈을 빛내며 씨익 웃었다! 네 목에 묶었던 리본을 들고 널 빤히 바라본다.) 그러면, 내 단말의 네 사진을 지울게. 대신 라하도 다시 리본을 묶고 우리 둘이 함께 있는 모습만 남기는 거야. 어때?

(...나쁘지 않은 제안같은데. 하지만 어쩐지 제가 더 손해보는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기분 탓이려니, 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그대 말대로 하지. 응, 나쁘지 않은 생각같아.

좋아. 그러면! (풀렀던 리본을 다시 네 목에 감아 예쁘게 묶는다. 제 머리에 얹은 것과 비슷한 모양의 리본이다. 그리고 네 뒤에 자리를 잡더니 알라그 석판 기기를 꺼내들어 촬영을 하려고 한다. 화면에 너만 크게 잡히고, 자신은 네 뒤쪽에 있기에 조금 작게 잡힌다! 슬슬 얼굴을 좀 더 뒤로 뺀다.)

(화면과 당신을 번갈아 본다. 미간을 살짝 좁히고는 당신을 약하게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왜 자꾸 뒤로 물러나나. 그대를 꾸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자세하게 기록되어야하지 않겠어. 그대가 자꾸 그런다면... 화가를 부르는 수밖에. (뭔가 이긴 듯한 표정이다.)

화가를 부르면 라하가 목에 리본 매단 모습도 그려달라고 할 거야! 양쪽 귀 아래에 리본핀을 꽂은 모습도 상상해서 그려달라고 할 거고! (네 곁으로 가까이 이끌리자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이 되었지만, 그림보다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기기에 사진이 남는 게 더 나은지라 마지못해 입을 다문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화면을 바라본다. ...기록이 언제 되는 거지? 당신을 힐끔 바라본다.)

... (한참을 더 뜸들이다가 결심한 듯, 촬영 버튼을 눌렀다. 찰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잘 꾸며진 어둠의 전사와 커다란 왕리본을 묶은 수정공의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좋아. 이건 '내' 기기니까 '나만' 볼 수 있는 사진이야! 라하는 못 봐!

그런 게 어디있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정말로 그대만 볼 건가? (시무룩하게 당신을 올려다본다. ...너무 자주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

나... 나만 볼 거야. 이제 시무룩한 척해도 소용없단 말이야. 정 그렇게 보고 싶으면 라하가 갖고 있는 기기로 한 장 더 찍으면 되잖아?

... ... (꽤 오래 고민하다, 당신을 보며 씩 웃는다.) 그래, 내가 가지고 있는 기기로 말이지. (어디선가 알라그 볼이 나타났다! 알라그 볼이 한 바퀴 빙글 돌더니, '00월 00일, 기록을 시작합니다.'라고 하고는 빛나기 시작했다.)

...? ...!! 안돼!!! (공중에 떠올라 뱅뱅 도는 알라그 볼을 턱 붙잡더니 냉큼 그 위에 올라탔다! 알라그 볼이 오류, 오류- 하며 위아래로 움직이길 반복한다!) 어떻게 알라그 볼에 기록할 생각을! 얘가 고장나서 또 타워 밖으로 내던져지면 그 땐 크리스타리움에 이 사진이 다 돌아다닐지도 모른다고!

그대가 '내가 가지고 있는 기기'로 기록해도 된다하지 않았나. 그리고... 타워 밖으로 내던질 생각 없네! 그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니, 나는 라하가 갖고 있는 '알라그 석판 기기'를 말한 거였지 이런 공을 말한 게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내가 라하를 어떻게 생각하긴, 위대하고 멋지고 훌륭한 내 구원자요 연인이자 이 도시의 수장으로 생각하고 있지. 뭐... 라하가 알라그 볼을 밖으로 내던진 적이 없는 건 아니잖아?

...알라그 석판 기기는 없단 말이네. 정확하게 말하지 않은 그대 탓이야. (당신이 말하는 제 평가에 얼굴을 조금 붉혔다가, 아무 일도 없던 척 한다.) ...전적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알라그 볼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록을 그만 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 타고 있을 모양이다!) 아, 알았어. 알았다니까... 그럼 라하가 보고싶다고 할 때 내 기기를 보여줄게. 그치만 우리 둘이 있을 때만이야!

(고개를 끄덕인다. 영상으로 남기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알겠으니, 이만 내려오게. 위험하지 않나. 그대가 다칠까봐 겁이 나. (당신에게 손을 뻗는다.)

응? 그럴 일 없어. 많이 타 봤거든! 안전ㅎ... (이런. 살아있는(?) 알라그 볼이라 그런지 삑삑대며 꽤 격렬하게 움직인다. 더 이상 안 되겠는지 네 손을 잡고 얼른 볼 위에서 뛰어내린다. 알라그 볼이 정신없이 뱅글뱅글 왼쪽 오른쪽으로 돌았다!)

그대가 올라타서 그런가, 갑자기 왜 저리 날뛰는 건지. 저 위에서 무언가 하기라도 했나? ...강제로 전원을 내려야할 것 같은데... (당신을 살짝 그러안은 채 알라그 볼을 바라본다.)

흐응... 몇천 년 전의 산물이니 언제 어느순간 오작동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지. 저 알라그 볼에 혹시 라하의 일기 같은 기록이 들어있어? 아니면 유실되면 곤란한 데이터라거나. (없다고 하면 발로 뻥 차서 전원을 꺼 버릴 생각인 것 같다.)

음... 달리 기억나는 건 없는데... 굳이 꼽자면, 잠깐이지만 녹화되었을 그대의 모습?

(네 말을 듣자마자 알라그 볼을 발로 뻥! 차버린다. 불쌍한 알라그 볼은 멀리 날아가 타워의 푸른 벽에 쾅 하고 부딪치더니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전원은 확실하게 꺼진 것 같다!) 흠, 좀 세게 찼어. 충격받았을 테니 그 녹화기록도 다 지워졌겠지?

(불쌍한 알라그 볼을 바라보다가, 당신을 바라보다가, 다시 알라그 볼을 바라본다.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당신을 걱정하는 것과 알라그 볼을 걱정하는 것 중 무엇을 먼저 해야될 지.)

라하, 내 발이 걱정되지 않아? 아니면 알라그 볼이 나보다 더 걱정되는 거야? 알라그 볼을 걱정하는 걸까 볼 안의 기록을 걱정하는 걸까~? (짖궂은 표정으로 네 앞에 제 얼굴을 바싹 들이댄다!)

당연히, 그대의 발이 걱정되지 않겠나. 쇳덩이를 그리 세게 차고도 괜찮은 건가? (알라그 볼을 힐끔힐끔 바라본다. 고장났으려나... 녹화된 영상이 사라진다면 조금 아쉬울 것 같은데.)

그럼. 이게 다 요령이 있거든, 발이 조금 얼얼하긴 하지만 기록된 영상이 사라지기만 한다면야. (말을 끝맺는 순간 위잉, 알라그 볼이 재가동되더니 자동으로 영상 기록을 재생시킨다. 잘 꾸며진 어둠의 전사가 당황하는 표정과 달려드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아니, 잠깐. 멀쩡하잖아!

(당신이 또 알라그 볼을 발로 차버릴까봐 당신을 꼭 끌어안는다.) 아, 다행히 기록이 사라지지는 않았군. (말을 내뱉었다가, 당신의 눈치를 슬쩍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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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4 (with 부엉새)

(눈 이모티콘으로 눈 내리는 풍경과 눈사람)

...눈 속에 파묻어버리겠다는 뜻인가?

아니거든요!!! 수정공이랑 눈사람 만들고 싶다는 뜻이라고요! (서러움;;

그래, 눈 속에 파묻어버리고 싶다고. (작게 웃는다.)

이이익...! (뭔가의 뚜껑을 퐁 열더니 안에 든 것을 수정공에게 뿌린다! 반짝반짝 반짝이가루다. 씻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그 악명높은 반짝이가루!)

윽-, 이런 걸 뿌리다니, 무슨 짓인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가루를 떨쳐내려한다. 손으로도 탁탁 털어본다. 여전히 몸에, 옷에 붙어있다. 공의 몸이 반짝반짝 빛난다...)

곧 별빛축제니까요! 수정공을 반짝반짝하게 만들면 크리스타리움의 아이들도 좋아할 테니까요! 그리고 베르도 좋아할거야!

...하지만 이거, 떨어지지를 않잖나. 이렇게나 잔뜩 달라붙어선... 이러다가는 새해도 반짝거리는 채로 맞게 생겼어. ...그리고 과연 이베르가 좋아할런지...

뭐... 그럼 새해가 오기 전에 떨어질 때까지 씻으면 돼죠! 뭐가 걱정인가요, 수정공이 반짝이가루를 떼어내고 싶다 하면 베르가 잘 씻겨줄 텐데! (히죽!)

(당신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이베르에게 가야겠어. 그대가 이렇게 반짝이를 뒤집어씌웠다고도 말할거네.

...!!!! (남은 반짝이가루를 자신에게도 탈탈 털어 뿌린다! 수정공과 함께 반짝이는 부엉이가 되었다!) '함께' 반짝이를 뒤집어썼다고 말해주세요!!!

싫네. 나에게 반짝이를 잔뜩 뿌리고는 이베르에게 간다고 하니 스스로 남은 반짝이를 뿌렸다고 말할 거네.

베.. 베르는 아무튼 수정공을 씻겨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그렇게 말씀하셔도 화 안 낼 거예요!!!

 

 

*

*

*

 

라하가 어딜 다녀왔는진 몰라도 반짝이 가루를 잔뜩 뒤집어쓴 채로 왔어! 잘 떼어지지도 않을 텐데. 싫어하는 사람에게 반짝이 가루를 뿌린다던데 설마 라하를 싫어하는 자가 그렇게 한 거야?

(당신 앞에서 우는 척을 해본다.) 부엉이가, 나에게 반짝이를 잔뜩 뒤집어씌웠네.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야.

부엉이는 매일같이 네가 좋다고 외치고 매번 결혼하자고 하잖아, 물론 라하는 이미 나랑 언약했지만! 뭔가 다른 속셈이 있을 것 같은데... 잘 꾸며진 어둠의 전사에게 잘 꾸며진 수정공을 보낸 건가? (발로 차였음에도 꿋꿋하게 작동하는 알라그 볼을 보더니 씨익 웃는다!) 나만 기록되어 있는 영상은 지우고, 반짝이가루를 뒤집어 쓴 라하와 함께 있는 어둠의 전사 영상을 남기는 건 어때? 부엉이도 이걸 노린 걸 거야!

... ... ... 이렇게, 잘 떨어지지도 않는 것을 나에게 막 뿌렸대도. 잘 씻기지도 않는 것이라고 들었네. 이게 어떻게 잘 꾸며진 건가. (어깨가 축 처졌다. 제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라하가 아주 멋진걸. 으음, 잘 안 떨어지는 반짝이 가루를 뿌린 건 부엉이가 잘못했네. 잘 떨어지는 반짝이로 뿌렸어야 했는데! 별모양 같은 거? (키득 웃으며 네 귀 안쪽에 묻은 반짝이 몇 개를 조심조심 긁어낸다.)

(당신의 손길에 귀를 파닥인다.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반짝이들이 주변으로 날아오른다. 당신의 손에도 조금 묻어났다.) ...반짝이 때문에 반짝거리는 내가 멋지다고... 흠...

그럼, 당연하지.. 별빛축제에 아주 잘 어울리는 라하가 된 거잖아? 별빛축제가 끝나면 반짝이들을 다 떼어내야겠지만! (스르륵 다가오는 알라그 볼을 보더니 네 옆으로 더욱 찰싹 달라붙어 포인세티아 꽃장식을 머리에 달아준다. 잘 녹화되고 있는 거겠지?)

(자신과 당신이 녹화되고 있는지도 모른채 당신이 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둔다.) 하지만 불편하단말이네. 찝찝하다고 해야하나.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이런. 그럼 반짝반짝 수정공은 포기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이건 어때, 이 반짝이 가루를 다 떼어내고 오른팔에만 다시 붙이는 거야. 크리스타리움에는 너를 조금 무서워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수정화된 부위 때문에. 그 아이들에게 반짝이는 팔을 보여주면 널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을지도 몰라!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을수도 있다면... ...괜찮은 생각인 것 같네. ...괜찮은 생각이겠지? 그대를 믿어보겠네. (제 몸에 붙은 반짝이들을 살살 떼어낸다.)

후후, 좋아. 그나저나 이 반짝이들은 다 어쩌지... 정말 내가 씻겨줄까? 반짝이가 다 떨어져나갈 때까지. (알라그 볼에는 영상뿐만 아니라 음성도 함께 기록되고 있다...!)

괜찮네. 반짝이가 붙었다고 해봐야, 얼굴이랑 팔 정도니. 오히려 옷이 문제인걸. ...빨래를 한다고, 이것들이 떨어질까... 하아...

음... 빨래를 한다고 반짝이가 잘 떨어지진 않지. 그냥 포기하고 새 옷을 입는 게 어때? 라하는 똑같은 옷 몇 벌씩 가지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아깝지 않나. 멀쩡한 옷인데. ...아니, 이제는 반짝이때문에 멀쩡한 것은 아니게 됐지만.

그럼 그 옷은 잘 보관해 뒀다가... 축제 때 입으면 되지 않을까? 기왕 축제용 의상으로 만들 거면 반짝이를 좀 더 뿌려도 될 것 같아!

어쩐지 그대가 신나보이는 것 같은데... ...그럼 그대가 가져가서 축제용 의상으로 탈바꿈시켜주겠나? 아니면 축제 때 반짝이를 더 뿌려도 상관없고.

(왠 유리병을 꺼내들더니 코르크 마개 뚜껑을 연다. 퐁! 소리가 나더니 병 안에서 뭔가가 찰그락댄다.) 이거 별모양 반짝이인데 부엉이가 주고 갔어. 굳이 옷을 벗어주지 않아도 이대로 장식이 가능할 것 같은데? 게다가 라하의 바람도 이뤄졌네, 부엉이와 내가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런 쪽으로 합심하다니... ...사이가 좋아진 것 같으니 상관은 없으려나. (어쩐지 포기한 것 같은 기색이다.) 내가 옷을 입고있는 채로 장식할 수 있겠나?

 

 

*

*

*

 

20.12.15-18

 

♬ 반짝반짝 작은... 아니 큰 라하 ♪ 아름답게 빛나네 ♩

... ... ...

'큰' 라하라고 했어!

'작은'이라고 하는 걸 똑똑히 들었네!

그... 그래서 큰 라하라고 고쳐서 불렀어!

(당신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라하에게 작다고 한 게 아니야. 원래 가사가 그 부분에선 '작은 별' 이란 말이야. (열심히 잔머리를 굴려 항변해본다.)

흐음... 그렇다면, 원래 가사로 전부 들려주겠나. 그럼 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당신을 보며 씩 웃는다!)

(눈을 꿈뻑이더니 알라그 볼을 한 번, 너를 한 번, 다시 알라그 볼을 한 번 쳐다보곤 스태프를 꺼내들었다! 비장한 표정이다!) ...좋아, 라하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불러주지. 하지만 그 전에 저것부터 태울게. 쟤가 다 기록하고 있단 말이야!

...? 기록하고 있었다고? 언제부터? 아니, 태운다니, 위험하게 실내에서 뭐하는 건가. 진정하게. (당신을 약하게 붙잡는다.)

좋아, 그럼 태우지는 않을 테니 전원을 끄는 건 허락해 줄 거지? 알라그 볼이 우리 영상이랑 대화를 다 기록하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노래하는 것까지 저장하게 둘 순 없지! (네 손길에 못 이기는 척 스태프를 얌전히 내려놓는다.)

(고개를 끄덕인다. 듣고싶을 때 당신에게 부탁하면 들려줄테니, 기록되지 않아도 상관없지.)

(위잉, 하며 어쩐지 경계하는 것 같은 알라그 볼을 착실히 더듬어가며 전원 위치를 찾는다. 이건가 싶어 꾹 눌렀더니 회로를 타고 흐르던 빛무리가 꺼지며 땅에 툭 떨어진다.) 음, 굳이 발로 찰 필요가 없었네. 어쩐지 조금 미안해지는걸. (늘어진(?) 알라그 볼을 두어 번 토닥여주고는 네 품에 기대앉아 눈을 감는다. 곧 그리 높지 않은 목소리가 영웅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반짝반짝 작은 별 ♪

얼마나 멀리 있니 ♩

알 수 없이 신비한 ♪

아름답게 빛나는 ♩

반짝반짝 작은 별 ♪

너를 정말 사랑해 ♩

(당신의 노래를 듣고는 천천히 따라불러본다. 한 번만 듣고 따라부르는 것이라 중간중간 가사를 조금 틀리기도 했지만, 끝까지 부르기는 했다! 당신을 꼭 끌어안는다.)

(등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낮게 웃는다. 제 앞을 꼭 여며주고 있는 네 팔을 감싸안았다.) 가사가 꼭 라하를 가리키는 것 같네. 너는 그 가사가 날 가리키는 거라고 할 테고. 우리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야.

나를 가리키는 것 같다니... 내가 멀리 있는 것 같다는 뜻인가. 나는 이렇게 그대 곁에 있는데. 신비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건 맞지만 말이지.

(네 품 안에서 살살 몸을 틀어 뒤돌았다. 너와 마주한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멀리 있는 것 같지 않아. 내가 얼마나 멀리 있어? 하고 물으면 라하가 이렇게 내 곁에 있다고 대답해주니까.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응, 그대 곁에 있어. (당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아, 반짝이를 아직 씻어내지 않았는데. 얼굴을 떼어내자, 당신의 목이 반짝반짝해진 게 눈에 들어온다.)

어어? (보지는 못했으나 제 목에 반짝이가 묻어있으리란 걸 알 수 있다. 표정이 점점 짖궂게 변하더니 별모양 반짝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조미료 치듯 톡톡 뿌려댄다. 네 양 어깨, 가슴께, 주름잡힌 붉은 천과 하얀 천에도 톡톡. 별모양 반짝이들이 네 옷에서 빛난다!)

잠, 잠깐, 아무리 그대에게 반짝이가 묻었대도, 이건 조금 과한 처사가 아닌가! 대체 몇 배로 갚으려는 건가. (몸에 가득한 반짝이에 불만을 표해본다!)

그래도 라하 피부엔 안 붙였는걸. 이 옷은 이제 축제의상이니까 반짝이는 많을수록 좋은 거야. 작... 아니, 커다란 별 라하가 작은 별들을 품은 것 같지 않아?

나는 그런 건 모르겠는데. ...돌아다니다 바닥에 흘리기라도 할까봐 걱정되는군. 치우기도 힘들잖나. (조금 토라진 듯도 보인다.)

바닥에 흘린 건 픽시들이 치워줄 거야. 반짝이는 걸 좋아하거든. 걱정 안 해도 돼! 그런데... 우리 라하가 어쩐지 토라진 것 같네, 커다랗고 잘 삐지지도 않는다는 라하가 왜 또 토라졌을까?

계속 작다고 말 실수를 하려하고, 반짝이까지 이리 뿌리지 않았나. ...토라진 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라하도 동의했잖아, 입고 있는 채로 옷 꾸미는 거! 그리고 앞으로는 실수 안 하면 되지. 내... (또 작다고 말할 뻔 했다. 간신히 꿀꺽 삼킨다.) 커다란 라하.

동의는 했지만... ...그러고보니, 축제가 언제지? 그 때까지 반짝이를 달고 살아야한다는 건 아니겠지. 떨어질까 걱정되기도 하고 해서.

설마하니 내가 라하를 그렇게 불편하게 하겠어? 옷은 갈아입으면 되니까 괜찮아. 사실 원초세계에선 벌써 축제가 시작되었지만 여긴 1세계니까, 축제 당일에 이 옷을 다시 입는 걸로 하자. 24일과 25일에! 예쁘게 잘 되었으니까 라하가 옷을 벗으면 반짝이들을 다시 잘 붙여놓을게. 떨어지지 않게!

음... (고개를 끄덕인다. 여분의 옷을 찾아서 꺼내고, 로브를 조심스럽게 벗는다. 반짝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말똥말똥. 빤히. 빠안-히.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네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눈도 깜빡이지 않는다!)

... ... ... (뒤통수가 따끔따끔할 정도의 시선에 당신을 힐끔 바라본다. 일단 옷을 입고...입... 팔로 제 몸을 가리고는 당신을 바라본다.) ...대체 왜 그렇게 바라보는 건가...?

어머. 내 반려가 옷 갈아입는 것 좀 보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나? 왜 부끄러워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볼 자격 충분하잖아? (키득키득.)

그건 그렇지만... ...너무 뚫어져라 보고있지 않나. 그대의 시선이 너무 뜨거워서 타버릴 것만 같네.

내 사랑으로 타버릴 것 같다는 말이지? 걱정하지 마, 라하. 뜨거운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뜨거워도 라하가 타진 않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네 앞으로 바짝 다가서더니 갈아입다 만(?) 옷매무새를 잘 다듬어주는 듯 하다가 도로 벗기려고도 하고 또 다시 여며주길 반복한다.)

대체 뭘 하는 건지... 이번에는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건가? (당신의 손목을 살짝 그러쥔다. 당신이 하는 행동을 멈추려는 듯이.)

장난이라니. 수정공이 입다 만 것 같은 옷을 다시 잘 입혀주고 있잖아? 브로치도 다시 달아주고. (네게 손목이 살짝 잡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성실하게 당신의 옷매무새를 잘 정리해 준다. 특히 앞부분을 몇 번이나 다시 꼭꼭 여며주면서 잘 풀어지지 않는지 계속 확인한다.)

...방금까지 내 옷을... ... ... (말하려니 어쩐지 부끄러워져, 입을 꾹 닫고는 고개를 숙인다. 귀가 느릿하게 파닥이다, 고개를 다시 든다.) 그, 음, 이제 옷이 제대로 여며진 것 같은데. 더이상은 만지지 않아도 될 것 같네.

왜 말을 하다 말아, 라하? 평생의 반려가 네 옷을 벗겨주려 한 것 뿐인데. (소리없이 웃으며 제가 하려던 일을 고백한다. 마주안은 채로 네 뒷머리를 손을 감싸고 풀썩, 너를 소파 위로 넘어뜨린다. 가볍게 입을 맞추고 네 가슴 위에 머리를 기댄다.) 자자, 라하.

(당신을 끌어안고 등을 도닥인다. 옅은 한숨이 조용히 새어나오고, 당신의 머리에 가볍게 제 뺨을 부빈다.) 그래, 자야지.

응. 자는 거야, 또 내 자는 모습만 계속 보고 있지 말고. (머리에 맞닿아오는 네 뺨의 감촉이 기분좋아 잘게 웃었다. 너를 끌어안은 손끝을 꼼지락대며 스륵 눈을 감는다.) 또, 꿈에서 만나. 내 라하. 부엉이한테 한 것처럼 이상한 상황은 만들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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