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21 ~ 06.23 (900일 기념)

2022. 7. 11. 18:00함께 하는 시간/w. G'raha Tia

(바닥에 쓰러져있다. 머리맡에는 알라그의 유물로 보이는 마도기기가 있다. 숨소리와 심장박동을 들어보면 단순히 기절한 듯 하나,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삐링, 하며 유물에서 알림 소리가 난다.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데이터를 초기화 및 다운로드합니다.])

라하... 라하? (라하를 깨우려다 시스템 알림 소리에 고개를 돌려본다. 알라그 기기를 조심스레 주워들고 다운로드 된 데이터를 활성화시켜보면...) ... ... ... (톡... 토독. 대화 목록을 몇 번이고 눌러보며 데이터화 된 당신의 대답을 읽고, 또 읽는다. 언제 깨어날지 모를 당신의 머리를 제 무릎 위에 놓고, 붉은 머리칼을 하염없이 쓰다듬으며 알라그 기기를 들여다본다. 화면 속의 당신은 데이터화 되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

(고른 숨소리를 낸다. 알라그 기기에서는 변하지 않는 표정의 그가 당신에게 몇 번이고 대답한다. 그러던 와중, 그의 얼굴이 조금 찌푸려졌다가, 다시 풀린다.)

(미세하게 변하는 당신의 표정을 잡아냈다. 석판 기기 속 그라하와 당신을 번갈아 바라본다.) ...혹시 이 데이터가 라하에게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는 구조인가? 분명 아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걸 봤는데. 근데 그러면... 라하가 깨어있을 때 내가 데이터라하를 켜면 조금 웃기겠는걸. (이 대화 목록은 어떻게 해서 생긴 걸까. 당신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던 것들일까? 당신이 읽어주다 말았던 책의 내용이 데이터 조각에는 모두 들어있다. 계속해서 대화목록을 누르고, 데이터조각의 반응을 반복해서 확인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1세계에 있을 때, 가끔 안 좋은 생각을 했었어. 내가 거기 도달하기 전에 네가 잘못된다거나 혹시라도 내가 실패했을 상황에 대해서. 네가 대비책을 준비해놓았을 거라고도 생각했지. 과연 그게 어떤 걸까 심각하게 고찰해봤고. 그래서... 크리스탈 타워에 네 클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결론내렸었어. '진짜'인 네가 잘못되더라도 네 기억은 데이터화시켜서 클론에게 넘길 수 있으니, 그런 식의 준비를 해 두지 않았을까 싶었지. 내가 만난 네가 클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어. 이미 무슨 일이 벌어져서 진짜 너는 오래 전에 사라졌고, 네 기억을 이어받은 클론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그런. 정말 그런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 다행히도 네가 '진짜 너'였다는 사실을 일찍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런데 네 데이터 조각을 보고 있으니까 그 때의 기분과 감정이 다시 몰려들어오는 것 같아. 지금은 진짜 라하가 내 옆에 있다는 걸 아니까 물론 괜찮지만, 그래도 조금 슬픈 건 어쩔 수가 없네. 라하는 장기의뢰를 갈 때면 링크펄도 잘 안 받잖아? 그 동안 나는 이 데이터 조각과 함께 하면서 라하를 보고 싶은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겠지. 그렇게까지 날 생각해 준 게 기쁘고 라하에게 참 고마운데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

... ... ... ... ...울면 안 되는데, 말이지. 너를 울리려고 만든 게 아닌걸... (비몽사몽한 얼굴로 당신을 올려다본다. 성공에 대한 기쁨과 당신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차있다.)

...다 들어버린 거야? 평생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이 데이터 조각이 진짜 라하랑 같이 있는 거니까 내가 기쁜 거야. 라하는 사라지고 데이터만 남는 건 싫어. 알았지? (확인하듯 당신에게 묻는다. 고개를 숙여 당신의 이마에 짧게 입맞추고 작게 웃었다.) 900일 축하해, 영원한 내 영웅님.

다 들은 건, 아니고... 끝에 조금만. 이베르, 너도 축하해. 900일 된 걸. ...조금만 더 누워있어도 될까? (머쓱하게 웃어보인다.) 데이터만 남기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얼마든지 누워있어도 된다는 듯 당신의 배 위에 손을 올려 느리게 토닥여준다.) 물론이지. 괜찮아질 때까지, 아니 괜찮아진 이후에도 계속 누워있어도 돼.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한 거야? 라하랑 저 데이터조각이랑 진짜로 연결되어 있기라도 한 거야? 라하 몸은 정말로 괜찮은거지?

그게 말이지, 크리스탈 타워에서 그 알라그 기기와 연동하는 방법하고 기억을 데이터화 시키는 방법을 찾았거든! 요즘 자주 자리를 비우니까, 꽤 괜찮아 보여서 900일 선물로 주려다 조작을 조금 잘못 한 모양이야. 데이터화를 천천히 했어야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빨라서 몸에 과부하가 걸려서 쓰러진 거지 싶어. 그래도 잘 작동되는 걸 보니까 다행인... 것... 같은... (신나서 떠들다가 당신의 눈치를 슬쩍 본다.)

어머나~ 그렇구나아? 그런데 이상하네~ 뭐가 빠르다는 걸까~? 기기에 라하의 기억을 옮기는 과정이 너무 빨랐다고 말하는 걸까~? 그러면 당연히~ 부작용이 있을 텐데~ 라하가 왜 그랬을까아~? (말끝을 한껏 늘리는 것이 영 심상찮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자, 잠깐...! 조작을 잘못 했다니까...! 절대로 고의가 아니었어, 정말로! (당황해서는 급하게 당신의 무릎에서 일어난다!!)

... ...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을 바라본다. 아까는 비몽사몽하더니 이제 벌떡 일어나는 걸 봐선 많이 괜찮아진 것 같긴 한데.) ...알라그 기기도 어쨌든 알라그 시대의 유물이니까 황족을 알아보겠지? 그럼 황족인 라하가 조작을 잘못 했을 때 경고를 한 번쯤 보내줄 법도 한데 이상하네!

... ... ... ... 조작하기 편하게... ... ... 초기화를 조금, 시켜서... ...

(잔뜩 찌푸린 채로 당신을 바라본다!) 꼭 그렇게 해야만 조작이 가능했던 건가... 일단 고의가 아니었다는 말은 믿어줄게. 하지만 그냥 넘어가준다곤 안 했어! 네가 사라지는 걸 눈앞에서 본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데이터 라하를 켜놓은 채로 팔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당신에게 달려든다. 왁!)

(눈이 동그래졌다가, 질끈 감는다!! 실수기는 해도 네가 놀라게 했으니까... 무얼 하더라도 감수할 예정인 것 같다...!)

...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고 빤히 바라보다가, 당신의 뒷통수와 등허리를 손으로 잘 받치고 훅 밀어 넘어뜨린다. 뒤로 넘어가는 당신을 따라 앞으로 몸을 고꾸라뜨리면- 누워있는 당신의 몸 위에 올라가있는 이베르가 완성된다!) 그렇게 눈 감고 있으면 내가 나쁜 짓을 해야 할 것만 같잖아?

나, 나, 나쁜 짓이라니. (눈을 반짝 뜨고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불안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다, 아주 약하게 슬쩍 밀어본다.)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면서도 당신의 약한 힘에 순순히 물러난다. 얌전히 몸을 옆으로 빼며 곁에 눕는다 싶더니, 입술을 당신의 귓가에 바짝 가져다대고 속삭인다. 귀 안쪽 여린 살에 입술이 움직이는 모양이 그대로 느껴질만큼 거리감이 없다...!) 알라뷰, 그라하! 데이터라하도 알라뷰!

-!!!! 간지러워, 이베르! 간지러워!! (고개를 세차게 뒤흔든다. 귀도 뒤로 한껏 넘어가고, 얼굴도 빨갛게 변한 것이 심히 간지러운 모양이다. 슬금슬금 뒤로 물러난다... 붙어 있다간 또 무얼 당할 지 모른다...!)

아이참, 데이터 라하는 간지럼 안 타는데 라하는 왜 이렇게 가만있질 못해! (당연한 소리를 입에 올리며 뒤로 물러나는 당신을 향해 조금씩 다가간다.) 안 간지럽힐 테니까 도망가지 마, 라하. 데이터 라하는 도망 안 가는데!

 

 

 

 

 

https://twitter.com/GrahaSayRest/status/15388994785344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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