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30-06.26

2021. 7. 10. 17:03함께 하는 시간/w. G'raha Tia

(심각...) 라하랑 같이 술을 마셔봐야겠어. 아무래도 라이나가 해 준 이야기가 마음에 걸려.

... ... ... ...? (영문을 모르는 눈빛이다.)

라이나가 그랬거든, 수정공은 절대 누군가와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원래 못 마셔서인지, 취하면 자기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대. 내 생각엔... 라하가 술을 못 마실 리는 없으니까- 후자의 이유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궁금한걸. 라하가 술 마시면 어떻게 될지!

불편할까 해서 자리에 끼지 않았던 거였는데. 상대방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취하고 즐기려 마시는 건데 취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불편할테니까. 그리고... ... 술을 마시는 건 상관 없지만... 주량을 모르겠어서 조금 걱정인걸.

어머나... 라이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서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네가 절대로 곁을 내주지 않았다고 말하던데. 그건 여러 사람들과 마시는 것과는 다른 문제잖아? (물론 라이나가 '수정공이 곁을 내주지 않았다' 고 말한 적은 없다. 하지만 둘만의 술자리마저 거부했다 말한 건 정말이다!)

그...건... ... ... (꽤나 우물쭈물댄다. 달리 할 말이 없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건- 역시 주량을 모르겠어서 라이나에게 근엄하지 못한 모습을 들킬까 봐? 아니면... 흐으음. 첫 술자리는 나랑 함께 하고 싶어서?

그, 그렇지. 술을 마시게 된다면, 1세계에 밤을 불러오고, 네 미래도 구한 후에 마시고 싶었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 조금 당황하고있는 것도 같다.)

그렇구나. (손바닥을 짝! 소리가 나게 마주쳤다.) 그럼 이제 1세계도 구했고 우리의 미래도 펼쳐졌으니, 라하도 술 마실 수 있는 거지? 우리 집 지붕 꼭대기가 그렇게 경치가 좋잖아!

(잘 넘어간... 거겠지? 조금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아, 지붕에서 마시면... 으음,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적당히 마신다면 상관 없겠지만, 조절이 가능할지 모르겠는걸.

어머나, 왜. 떨어질까 봐 걱정인 거야? 내가 옆에서 라하가 떨어지지 않게 잘 잡아줄 수 있으니 안심해. 어차피 라하도 높은 곳을 좋아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잖아! (벌써 각종 술과 과일안주가 담긴 트레이를 챙겨들고 있다!)

으음... 어쩔 수 없나. ...잠깐, 지금 먹으려고? 어두워서 위험할 것 같은데... ... ... ...괜찮겠지... 이리 줘, 내가 들테니. (당신에게 손을 내민다.)

라벤더 안식처는 밤에도 밝은 편이니까 괜찮아. 사실 지붕에 목재 덱을 올리고 싶었는데 못 하게 하더라고. 누가 거기서 놀다가 사고가 한 번 났었나 봐, 그래서 지붕 위에 뭘 짓는 건 금지래. (내밀어진 손을 못 본 척하고 트레이를 든 채로 집을 나섰다. 가볍게 도움닫기하면 지붕에 착지할 수 있는 위치까지 걸어올라간 뒤에야 당신에게 트레이를 건넨다.) 내가 먼저 건너가서, 트레이는 마법으로 옮길 거야. 나도 이동마법 쓸 수 있거든! 높은 곳에 꽂혀있는 책도 다 그런 식으로 뺐어.

(빈 손을 머쓱하게 물리고는 당신을 따라 나간다. 지붕과 저가 선 곳을 눈대중해보고는, 작게 중얼거린다.) 이정도는 내가 들고 뛰어도 될 것 같은데... ...아, 여기서 기다리면 되는 거지? (트레이를 조심히 받아들고는 당신이 건너가기를 기다린다.)

응, 일단은 안전이 최고니까! (조금 멋쩍은 웃음을 보이다 폴짝 뛰어 지붕 위에 안착한 영웅은 당신이 들고 있는 트레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트레이가 둥실, 안정적으로 떠오르더니 매끄럽게 영웅의 근처로 이동한다. 동동 떠 있는 트레이를 잡아내리고는 당신을 보며 얼른 건너오라는 듯 재촉한다!)

(가볍게 몸을 날려 당신의 옆에 착지한다. 그대로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꽤나 경치가 보기 좋다.) 괜찮은걸. 확실히 분위기 있겠어.

날이 맑아서 다행이지? 아무래도 숲지대다 보니 비가 많이 오는 편이거든. (슬슬 지붕을 타고 올라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화이트와인을 한 잔 따라 당신에게 건넨다.) 라하가 좋아하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니, 그것도 원초세계에서. 묘하게 현실감이 없네.

(당신의 곁에 앉아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고는 와인잔을 받아든다.) 아무래도, 이쪽으로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으니까. 좋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노을은 뒷전이고, 당신의 와인잔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잔이 비워지는 대로 바로 와인을 또 따라 줄 생각이다. 일단 아주 조금은 취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급할 건 없으니, 자신의 와인잔에는 다른 와인병의 마개를 열어 그 안에 들어있는 액체를 따른다. 이건 술이 아니지만 아무튼 당신이 눈치채지 못할 테니 그걸로 되었다!) 후후, 크리스타리움에도 와인이 있긴 했지? 워낙 귀해서 흔하진 않았지만. 생각해보니밤이 돌아온 이후에는 너도 하다못해 맥주 한 잔 쯤은 할 수 있었을 텐데. 네 말대로 밤도 되찾고 내 미래도 구한 뒤잖아?

바빴던 것도 있고, 이변이 생겼을 때 내가 취해있으면 안 되니까. 맥주 한 잔정도로 취하지는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가, 금방 잔을 비워낸다. 눈이 조금 반짝이는 것 같다.) ...이거, 무척 맛있는데!

맞아, 달달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나는 와인을 골랐어! 라하가 좋아할 것 같아서. (계획대로! 영웅은 내심 웃으며 태연한 척 당신의 잔에 와인을 더 따라준다. 이대로 계속 먹여서 어느 정도 취하게 만들 심산이다!) 그나저나 이변이 생겼을 때 취해있으면 안 되니까- 라니, 수정공이 그 정도로 자제 없이 마실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봤는데. 게다가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혹시 몰라서 한 잔의 맥주조차도 거부했다는 건 너무 안쓰럽게 느껴지잖아.

자제를 못 할 것 같다는 것 보다는... (와인을 가볍게 홀짝인다.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반쯤 비운 와인잔을 조용히 만지작거리다 입을 연다.) ... ... 크리스탈 타워의 단말기... 같은 상태였으니까. 술을 마셨을 때 어떻게 되는지 확인을 해본적도 없었고. 일반적인 몸이 아니니까. (당신을 바라보고는 싱긋 웃는다.) 확인해볼 걸 그랬나... 이제야 궁금해지는걸.

그렇구나. 라하는 내가 해 준 음식도 잘 먹었고, 라이나에 따르면 부엌에 몰래 침입해 연어까지 전부 해치울 정도였다니까-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술은 음식과는 좀 다르려나.아무튼- 지금은 타워의 단말기가 아니니까, 이제 확인해봐도 되는 거지? (와인병을 살짝 흔들며 씨익 웃었다.)

음식이야, 지속적으로 확인했으니 괜찮다는 걸 알고있었으니까. 술은 여러가지로 무리였고...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 얻는 양이 적지 않나. 물자는 아낄 수 있는 만큼은 아껴야지. 만들지 말라고 막을 순 없어도 내가 마시지 않는 만큼은 아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당신을 따라 눈웃음을 지으며 잔을 비워낸다. 얼굴에 조금 붉은 기가 돈다.)

(얼굴이 붉어진 당신을 유심히 살핀다. 그러면서도 빈 잔에 와인 따라주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머나. 그렇게 말하면 라하 주량이 엄청난 줄 알겠어. 확실히 타워에서 잠들기 전의 네 모습은... 서너 병은 혼자 거뜬히 해치울 수 있을 만한 이미지였지. 지금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네! (깔깔대며 자기 잔에는 술로 위장한 주스를 채운다. 아직 당신이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안심하며.)

조금이라도 아껴졌으면 좋겠다는 뜻이지... 그런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는 건... ... ... 얼굴이 붉어졌나...? (빈 손을 제 얼굴에 가져다 대본다. 따듯한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음..., 조금 마시는 속도를 줄이는 게 좋으려나.

(지금 속도를 늦추면 덜 취할지도 모르는데! 영웅은 얼른 머리를 굴려 그럴 듯한 답안을 생각해냈다.) 음, 일단 이 잔만 비우고 다음부턴 조금씩만 마시자. 막 따랐는데 이렇게 잔에 담긴 걸 오래 노출시켜두면 맛없어져. 맛있을 때 즐겨야지! 그리고 라하 얼굴, 조금 붉긴 하지만 위험 수준은 아닌걸?

그런가...? 으음, 네가 따라준 것을 맛없어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몇 번으로 나눠 마시며 다시금 잔을 비워낸다. 잔을 지붕의 평평한 곳에 놔두고는 제 뺨을 가볍게 만져본다.) 조금 붉은 정도라... 너무 급하게 마셨나.

아니야, 완전 딱 좋은걸. (키득대며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끌어와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다. 따뜻한 온기가 어깨에 닿자 바람이 서늘한데도 조금 노곤노곤해진다.) 라하, 1세계에서는 밤을 되찾고 나도 구한 뒤에- 나랑 함께 첫 술을 마시고 싶었다고 했지? 그럼... 라하 계획대로 되었었다면 난 어떻게 해야했던 거야? 시드를 쪼아서 차원의 틈을 유영할 수 있는 비공정을 만들고, 거기에 맛난 술을 잔뜩 싣고 라하를 찾아가는 대 시공간여행을 시작해야 했나? (조금은 늘어진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며 과일조각을 당신의 입에 쏙 넣어준다.)

(당신에게 기댄채로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당신의 말에 몸을 벌떡 일으킨다. 넘실거리던 취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발갛던 얼굴도 조금 창백해졌다.) 이베르, 그건... ... ...

으응- 그건? 왜 말을 하다 말아, 나 화내는 거 아닌데. (이번에는 자신의 머리를 당신의 어깨에 톡 내려놓는다.) 지금 라하가 이렇게 내 곁에 있으니까,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거지. 생각해보니 대 시공간여행도 꽤 멋진 모험이잖아? 그, 1세계의 흑마법을 계승한 사람들과 학술적 의견을 나눠봤는데 말야. 차원의 틈에 갇힌다고 해서 꼭 소멸되는건 아니더라구. 그러니까 내가 라하를 찾아내서 구하고, 네가 내게 해줬던 것처럼 미래를 선물하는 일도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지? 네가 그렇게 사라졌어도 난 널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을 거란 뜻이야.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다, 가벼운 한숨을 내쉰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당신을 바라보지 못한다.) ...응. ... ... 응...

 

 

*

*

*

 

 

밤인데도 덥네! 어제도 더웠어. 슬슬 열대야가 시작되려나 본데, 심하진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더위먹지 않게 조심해. 찬 거 너무 많이 먹지도 말고. 위장에 안 좋으니까! 라하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서 맞는 첫 여름이잖아? 배로 조심해야지!

걱정 마. 네게 걱정끼치지 않으려면 당연히 건강해야하지 않겠어? ...어느 정도까지가 적정선인지 알아보고 싶긴 하지만 말이야.

... ... ... 저... 적정선은 내가 알려줄 테니까...! 1세계에서 했던 것처럼 몸 상태를 실험해본다고 이것저것 막 하면 안 돼! 며칠 동안 더운 걸 참고 있다거나 찬바람만 계속 쐬고 있는다거나... 밥 대신 수박만 잔뜩 먹는다거나! 다 안 돼! 무설탕한테 라하 감시 잘 하라고 해야겠다!

... ... 그런 건 안 해. 일반적으로도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도 하고, 내가 알고자 하는 건... 내 몸에 대한 한계니까. (당신의 눈치를 슬쩍 본다.) ...확인하지는 않을 거야.

정말? 정말이지? 그런데 대답 전에 그 기묘한 침묵은 뭐야, 내 눈치는 왜 슬쩍슬쩍 살피는데! 앗... 설마 라하 대신 내가 해줬으면 좋겠다거나 그런 거야? 관찰일지를 써서 그걸로 평균을 내고 몸의 한계가 대충 여기까지구나- 하고 짐작해 보려고? 그런 거라면 해줄 수 있는데!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아는데 네게 시킬까... 하지 말라고 할까봐 먼저 말한 것 뿐이야. 정말로.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응, 약속이야! 우린 오래도록 함께 있을텐데 벌써부터 아프고 그러면 안 되니까. 라하는 팔팔한 스물 넷이잖아? (킥킥!)

...스물 넷이었나... 그래, 아프면 안 되지. 네가 슬퍼할테니까. 그렇지?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말이야.

어, 어어...? 어-... (본인이 다쳐와서 당신이 슬퍼하는 상황을 상상하는 모양이다. 어쩐지 대답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 그... 그렇지, 라하가 다치면 라하가 아프니까 내가 슬프잖아! 그... 라하는 나랑은 달리 연약하니까...?

연약하다니... 그 정도까지는 아닐텐데...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버렸다.)

그치만 라하의 그 몸은 꽤 오랫동안 타워 안에서 잠들어 있었는걸. 그 시간만큼 많이 움직여줘야 연약함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그 시간만큼 많이... ... ...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이나 운동을 하면 금방 당신의 기준에 맞는 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음, 열심히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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