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18 * FINALE

2021. 1. 19. 11:35함께 하는 시간/w. Crystal Exarch

시르쿠스 탑 꼭대기 시황제의 옥좌, 그 앞에 언제까지고 당당히 서 있을 너. 그 주변에 우리의 모습으로 꾸며진 머리색 백합 화분 두 개와 아이들의 모습으로 조각한 유리공예품 세 개를 늘어놓았다. 길고 긴 시간이 지나도 네가 여기 실존하고 있었던 인물임을, 너 또한 인간이었고 그래서 누구보다도 인간다운 삶을 바랐었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기 위해. 또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소망과 희망을 향해 힘껏 팔을 뻗었던, 그래서 결국 이루어내고야 만 너의 강인함을 기억하기 위해.

 

챙길 것은 많지 않았다. 내 거주실에 있던 초상화 한 점, 심려의 방에 걸어두었던 네 초상화 한 점. 네가 좋아하던 커다란 토끼 영웅 인형, 내가 모두 갖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어쩐지 두 개가 되어버린 라하 인형. 그리고 마지막 순간 네가 내게 건네 준 언약 반지와... 자꾸만 눈물이 흘러 몇 번이고 눈가를 훔쳐야 했다. 발개진 눈으로 알라그 기록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데 60번 넘게 실패하고서도 포기 않고 도전하는 너, 그리고 언약 당시의 우리 모습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네가 했던 것처럼, 그 데이터들을 알라그 석판 기기에 옮겨담았다. 울고 있다는 걸 감추기 위해 네 혼과 기억이 담긴 소울 사이펀에 일부러 발랄한 척, 몇 번이고 말을 걸었다. 너는 그걸 다 듣고 있었을까. 베크 러그 공이 말한 기적과 마음의 힘을 믿기로 했다. 잘 될 것이다. 이 곳의 모두가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또 너의 빛은 언제나 세계를 넘나들테니까.

 

새벽 멤버들의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나는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네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시르쿠스 탑으로 향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않고, 또 한 번의 아침인사를 네게 건네기 위해. 이번엔 울지 않을 거야.

 

*

 

우리가 남긴 것들.

크리스타리움의 응접 대광장에 있는 커다란 눈사람 식구들, 타워 정상에서 어깨를 펴고 당당히 서 있는 너의 몸, 그리고 우리를 닮았던 머리색 백합. 사라지지 않을 희망의 노래, 삶을 내일로 이끄는 크리스탈의 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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