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7. 16:45ㆍ함께 하는 시간/w. Crystal Exarch
(네 귀를 쓰담쓰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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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파닥파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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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어? 내 기쁨. 식사도 잘 했고? 일도 잘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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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냐는 질문과 식사를 했냐는 질문이 같이 오니 어떻게 답해야할 지 모르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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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라하는 오래 전에 일어났고 이 시간이면 식사도 당연히 챙겼...겠... (자다 방금 깬 건 자신이라서 정신이 없는 것 같다. 말을 멈추고 꿈뻑꿈뻑 너를 바라본다. 여기가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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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깬 당신의 뺨에 입술을 부비작거린다.) 내 사랑, 캠피하러 오지 않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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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왠지 민망해져 옆에 놓인 별모양 쿠션을 네게 안기고는 벌떡 일어난다.) 그럼, 캠핑하러 왔지. 잘 알고 있어! 모르는 게 아니라구! 그래, 어제 엄청나게 커다란 대왕게도 같이 쫓아냈잖아? 아이들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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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 번 말해본 건데, 왜 이리 발끈하나. 어서 앉게. (당신을 보며 작게 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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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발끈하지 않았어, 그냥 말한 거야! 그냥! (어색하게 삐걱대며 자리에 앉는다. 시선을 바깥에 두었다가 다시 네게 돌리더니 방금 네 품에 안겨준 별모양 쿠션을 도로 빼내고 제가 안긴다.) ...완전 재밌었어. 라하랑 계속 그렇게 모험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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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내 영웅은 발끈하지 않았어. (당신을 꼭 끌어안고는 당신에게 얼굴을 부빈다.) ...나도 매우 재미있었네. 가까운 곳에서, 그대와 이렇게 모험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먼 곳으로도 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언젠간... 가능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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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꼭 그럴 수 있을 거야. 우릴 닮아서 우리 아이들도 소질이 보이는데 다함께 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네! (제 품에 얼굴을 부비는 너의 머리를 꼭 끌어안았다.) 음, 흠흠... 그리고 라하, 나... 나는 커다란 게를 무서워하지 않아. 절대로 무서워하는 게 아니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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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부정하려들지 않아도 되네. 그만한 크기의 게라면 어느 누구라도 두려워할 테니까. (잠시 고민하다, 몸을 살짝 떠는 척 한다.) 그대가 있어서 나도 무서웠던 걸 참았던 거라네. 아, 다시 생각하니 몸이 절로 떨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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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무서운 게 아니라 징그러웠을 뿐이란 말이야! 그, 그래도... 왠지 날 지켜주려는 듯 행동하던 라하는 멋있었어. 지금은 거짓말해서 하나도 안 멋있고 안 예쁘지만. 라하 주려고 갖고 온 연어도 있는데... 주기 싫어지는걸. (스윽 고개를 돌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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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라니. 그대를 위한 선의의 행동이네만. ...정말로 연어를 주지 않을텐가? (시무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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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어쩐지 나보다 연어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걸. 라하는 내가 세계의 모든 연어를 없애버린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 (짖궂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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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고민하다 시무룩하게 대답한다.) 그대가 하는 행동엔 이유가 있을테니 따르겠지만... 그게 나때문이라면 서운하고 슬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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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연어는 가만히 놔둬야겠는걸? 라하가 좋아하는 게 없어져서 네가 슬퍼하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으니까. 그래도... 역시 연어보다는 내가 더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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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글쎄, 그건 고민을 조금 해봐야겠는데. 둘 다 없어지면 살아갈 수 있을 지 모르겠을 정도니까. (이번엔 이쪽에서 짖궂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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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를 나만큼이나 좋아한다는 거야? 전에는 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으면서... 이제 어둠이 돌아오고 크리스타리움에도 여유가 생기려고 하니까 여러가지로 막 욕심이 나나 보네요, 수정공?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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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야, 농담. 연어야 없어도 살지만, 그대는 없으면 내가 어찌 살겠나. 당연히 그대가 연어보다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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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어. 그래도 직접 들으니까 조금 기쁜걸. 나가자, 연어랑 다른 생선들도 잔뜩 구워줄게. 우리 낚시 시합 무승부로 해야 하는 요리는... 크리스타리움에 돌아가면 천천히 같이 하자. (생선을 굽는다는 소리에 놀고 있던 아이들이 후다닥 달려와 목을 빼고 이쪽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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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들에게 손짓해 제 품에 안는다.) 이렇게 밖에서 먹는 생선구이도 얼마만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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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확실히 그렇겠네... 그럼 내가 좋은 구경 시켜줄까? (웃는 표정이 어쩐지 수상하다. 네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휙 천막 밖으로 나가더니 박스에서 네 키만한 연어를 꺼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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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안에서 밖을 살짝 보니, 웬 커다란 물고기가 있다.) 그, 그, 그게 대체 뭔가? 먹으려고... 가져온 건가? 그렇게 커서야 다 먹지도 못 할텐데... (크기때문에 연어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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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자세히 좀 봐, 라하가 좋아하는 연어잖아? 원래 여기서 꺼낼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밖에서 생선을 먹는 건 오랜만이라고 해서, 이거 다듬는 걸 보여주려고. 다듬어서 우리 먹을 것만 굽고, 나머지는 다시 박스에 넣어서 식약과 직원들에게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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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라고...? 그렇게 큰 연어가 어디있나. (못 믿겠다는 눈치다.) 다듬는다는 건... 역시 살과 뼈를 분리하고 그런다는 의미...겠지. ...꼭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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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안 보려고? 나 이거 라하한테 보여주려고 엄청 많이 연습했는데... 라하가 연어를 좋아한다니까 연어를 연어구이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데... (식칼인지 사시미인지 모를 커다란 칼 두 개가 이미 양손에 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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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지만... 알았어, 보겠네. 마물 토벌도 꽤나 했으니, 물고기가 해체되는 모습 정도야... (긴장한 듯 아이들을 꼭 껴안았다. 아이들이 불편한 듯 곽곽하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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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말에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어쩐지 매우 끔찍한 광경이 펼쳐지리라 생각한 듯한데... 씨익 웃고는 칼날을 세워 연어 비늘을 빠르게 긁어낸다. 비늘이 파바박, 하고 튀었다.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을 탕! 하고 두 번 쳐서 잘라내고, 길쭉한 몸통은 수평으로 반을 가르며 살만 들어낸다. 뒤집어서 다시 한번 살만 들어내며 간단하게 뼈와 살을 분리시킨다! 발라낸 살을 먹기좋은 크기로 단번에 토막내면 연어해체쇼는 끝이다. 크기가 커서 그런지 토막이 제법 많이 나왔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3분 안에 이루어졌다! 너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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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의 해체쇼를 관람하더니, 멍하니 박수를 친다. 아이들이 공의 박수를 보고는 따라하려는 건지, 날개를 푸드덕거린다.) 멋있었네, 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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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징그럽지? 피도 안 나고, 펄떡대는 연어를 죽인 것도 아니니까. 꼬리랑 머리는 식약과에서 잘 갈아서 생선가루로 만들 거야. 달콤채 과수원이랑 식물표본관에 가져다주면 거기서 비료로 쓰이는 거지! (조잘조잘 설명하며 주변 정리 후 그릴을 꺼낸다. 연어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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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침샘이 자극받는 향이다.) 징그러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게다가, 못 쓰는 부위도 없는 거로군. 맛있는 냄새... 언제쯤 먹을 수 있나? 이렇게 구우면 맛도 조금은 다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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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마 큰 차이는 없을걸? (살이 노릇노릇해지려고 하자 불을 줄이고 레몬즙을 뿌린다. 잘 익은 연어 한 덩이를 네 몫의 접시에 올려준다. 감자랑 버섯, 조개에서 빼낸 관자와 데리야끼 소스도 함께다. 네 품에서 빠져나와 달려들려고 하는 아이들을 간신히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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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겠는걸... ...아이들 몫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당신의 입에 먼저 가져다댄다. 역시 첫 입은 요리한 사람에게 양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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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 위 연어를 뒤집어놓다가 입가에 다가오는 포크에 미소짓는다. 자연스럽게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응, 맛도 있고... 독도 안 들어있어! (키득키득 웃으며 아이들용 접시에 좀더 부드러운 부위의 연어살 두 덩이를 올려놓고, 제 접시에도 연어를 담아 네 옆에 바짝 붙어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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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살짝 기대며 구운 연어를 음미한다. 아이들도 바닥에 내려앉아서는 연어를 쪼아먹는다. 맛있는지 날개를 푸드덕거렸다가, 서로 큰 덩어리를 먹겠다고 싸우듯 머리를 부딪히기도 했다가, 싸운 적 없다는 듯 사이좋게 쪼아먹었다.) 밖에서 먹어서 그런 지, 화로에 구워서 그런지, 뭔가 다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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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둘 다일걸? 아이들도 라하를 닮아서 연어를 좋아하나 보네. 앞으로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땐 쟤들에게 연어를 줘야겠어. (조금 짖궂게 말하며 웃다가, 아래쪽에서 점점 크게 들려오는 수선스러운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라하, 이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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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어먹기에 바빠서 눈치채지 못했다. 뭐가 이리 소란스럽게 하는 건지.)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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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아마로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아마로를 탄 위병 몇몇이 아래쪽에서부터 날아올라오며 모습을 드러낸다. 라디스카 망루를 지키고 있는 위병들이다. 연어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망루까지 날아간 것 같다. 갑자기 생긴 수상한 천막에 요리까지 하고 있으니 조사차 나온 모양이다. '수정공! 어둠의 전사님! 여기서... 야영을 하시는 건가요?' 하는 질문이 들어온다. 캠핑이라는 단어는 1세계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겠지? 입술을 오물거리다 너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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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어쩐지 그냥 돌려보내기 민망해져, 당신에게 물어본다.) ...여기까지 오게 해버렸는데, 뭐라도 먹여서 보내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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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렇지? 당신들도 이리와서 이것 좀 먹어. 연어구이랑 관자, 농어 등등 생선을 다양하게 구웠는데 아주 맛있어, 수정공이 직접 구운 거니까 거절하면 안 돼! 망루로 돌아갈 때도 좀 가져가서 거기 남아있는 위병들에게도 나눠주고. (위병들 몫의 생선구이를 접시에 담으며 힐끔 네 눈치를 살피다 귓가에 속삭인다.) 나보다 수정공이 구웠다고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자신들의 수장이 자기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기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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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위병들의 모습을 살핀다. 위병들이 주춤하다 접시를 받아들고는 '그럼 잘 먹겠습니다.'하며 생선구이를 먹는다. 뭔가 급한 일이라도 있는듯, 빠르게 접시를 비우고는 돌아가봐야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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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 잠깐만! 그렇게 급하게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는데... (여러종류의 생선들을 돌아가려는 위병 몇을 붙잡고 반강제로 쥐어준다. 망루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주라고 설득하자 어쩔 수 없이 받아드는 듯 했지만 좀 곤란해하는 것 같다. 아마로와 함께 푸드덕, 서둘러 다시 망루로 날아가버리는 위병들의 꽁무니를 눈으로 좇다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너를 돌아본다.) 왜... 저러지? 내가 구운 생선이 그렇게 맛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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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그대의 생선 구이는 내가 먹어본 것 중 최고였는걸. (고개를 갸웃하며 연어 구이를 먹어본다. 매우 맛이 좋은데...) ...뭔가 바쁜 일이 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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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라하가 그새 무언의 압박이라거나 그런 걸 준 건 아니지? 라하가 먼저 뭐라도 먹여 보내자고 했잖아! (설령 진짜로 압박을 줬다 해도 네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목소리에 유쾌함이 가득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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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일 같은 건 해본 적이 없네. 먹여보내고 싶었던 건... 그냥, 괜히 고생하게 만든듯 해서 그런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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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그런 일 해본 적 없다고? 크리스타리움에 투표 설문지가 붙었을 때 5번에 투표하라 여론몰이하려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또 라하의 길어진 머리를 주민들 앞에서 잘라줬을 때도, 누군가 웃으니까 라하가 완전 엄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봤잖아. 다 까먹었어? (입꼬리가 올라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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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건... (고개를 푹 숙인다. 머리카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얼굴이 붉어져있다. 말 없이 연어구이만 자꾸 조각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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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말을 끊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라니까요, 수정공. 도시의 수장답게 분명하게 말해주세요. (네가 조각내고 있는 연어를 낼름 포크로 찍어 뺏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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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다 얼토당토 않은 말을 꺼낸다.) 그것들은 직접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나! 그러니, 무언의 압박을 한 적은 없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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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내 라하는 투표 설문지에 직접적인 의사표현을 하려고 했지. 하지만 머리카락을 자를 때는 아니었잖아? 웃지 말란 소리도 안 하고, 그냥 엄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돌아봤잖아? 그게 어떻게 직접적인 의사표현이야. (소리내 웃으며 레몬소스를 뿌린 쫄깃한 관자 한 개를 네 입에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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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루퉁한 표정으로 관자를 받아먹는다.) 알았네. 그런 적 있다고 치지. 그래도 이번은 그런 적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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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러면 왜 그렇게 도망치듯 가 버린 걸까. 설마 내가... 수정공이 구운 생선이라고 해서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닐거야. 내가 구운 거면 즐겁게 먹고 라하가 구운 거면 어렵게 먹다니 말도 안 돼. (혀를 날름 내밀고는 장어구이 한 쪽을 집어 네 접시에 놓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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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진짜로 그런 건 아니겠지? 내가 구웠다고 해서... (조금 우울해진 채 장어구이를 조각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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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말 라하가 구운 거라서 어려워했던 거라면! 라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라하는 그... 차마 범접할 수 없는 위치의 현자와도 같은 존재인데 손수 생선을 구웠다니까 너무... 너무 비현실적이고, 황... 황송, 그래! 황송해서! 그래서 그랬을 거야! (우울해지는 널 보고 있으니 괜히 다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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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 걸까...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아니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군. (우울한 기색은 여전하다. 우울해도 장어 구이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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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기뻐해야지. 사람들이 라하를 그만큼이나 존경하고 따르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렇...지, 얘들아?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면 낫다고, 아이들의 대답을 유도해보지만 아이들은 생선을 먹느라 말을 들은 척도 않는다. 네 옆에서 제가 더욱 시들해져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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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장어 구이를 집어먹다, 당신을 슬쩍 돌아본다. 시들해진 당신을 보고 살짝 당황한다.) ...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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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하나뿐인 꽃이 우울해져서 영웅도 힘이 빠졌어... 생선 네가 구웠다고 하지 말 걸. (여전히 시들해져 있지만 포크는 열심히 놀리며 생선을 입에 가져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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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당신의 손을 살짝 잡는다.) 그대의 하나뿐인... 꽃은, 우울하지 않네. 아무렴, 영원히 피어있을 꽃인데 시들 리가 없지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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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방금 전까지 시무룩해 있었는걸. 나중에 크리스타리움에 돌아가면 라하가 직접 구워낸 연어구이 파티라도 해 볼까 싶었지만... 역시 싫어. 유치한 생각이지만 라하가 요리하는 건 나만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네 입술을 살짝 핥아올리고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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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바란다면, 내가 바라는 것과도 같지. 내가 요리하는 것은 그대에게만 주도록 하겠네. ...처음 요리하는 음식의 시식도 포함해서 말이야. (당신이 핥아올린 입술을 혀로 가볍게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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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하. 내게 완벽한 샌드위치 만들어주려고 라이나에게 샌드위치를 엄청 많이 맛보게 했다며? 그럼 앞으론 나한테도 그러겠네? 어디보자... 지금처럼 말이야. (잘 다듬어진 날것의 농어와 구이용 집게를 네게 건네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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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칫하며 당신이 건네는 것들을 받아든다.) ...직접, 구우라고? ...... 아니, 할 수 있네. 할 수 있어... (달팽이가 움직이듯 아주 천천히 일어나서는 화로 앞으로 가서 선다. ...일단... 화로에 농어를 올려두고... 소금을 쳐야 하나? 당신을 살짝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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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공, 농어도 굽질 못하는데 왕연어구이랑 연어파스타는 어떻게 하려고 낚시 시합에서 그런 요리들을 내걸었어요? 본인이 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한 모양이죠?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이다. 몸을 일으켜 네 옆으로 다가가 허브잎 몇 장을 집어들고 반은 네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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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만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네. (허브잎을 받아들고는 농어가 탈까봐 일단 뒤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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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뒤집지 말고 허브잎을 위에 올리고 계속 굽다가 아래쪽이 노릇해지면 소금을 뿌리고 그때 뒤집는 거야. 흐음... 레시피는 이렇게 섬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데? (킥킥대며 네게서 집게를 받아 농어를 다시 뒤집어놓는다. 덩어리 하나에 허브잎을 올리고 너도 얼른 해보라는 듯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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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농어 덩어리에 허브잎을 올리고는 언제쯤 노릇하게 될 지 화로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래쪽이 노릇해지면... 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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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주 자세히 살펴야 보일 정도의 노릇노릇함이 아래쪽에 얇게 펴진다. 지글지글 하는 소리가 계속 난다.) 앗, 이제 소금 뿌리고 뒤집으면 돼! 보여, 라하? 아래쪽이 노릇노릇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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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늘게 뜨고 농어를 바라본다. 노릇노릇한가...? 모르겠지만 일단 당신의 말대로 소금을 뿌리고 뒤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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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었더니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면이 위로 올라와서 잘 보인다! 어깨를 으쓱하며 보란 듯 자랑스러워한다.) 봐, 내 말이 맞지? 뒤집어서는 30초 정도만 짧게 굽고 접시에 담아서 먹으면 돼. 라하가 구운 농어라니 기대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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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9... 30! 접시에 황급히 농어를 담아낸다. 윤기가 흐르는 것이 맛있어보인다. 당신에게 접시를 건넨다.) ...거의 다 그대가 한 것 같지만 말이야. 맛이 괜찮았으면 좋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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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예쁘게 잘 옮겨담았네. 농어는 잘못 건드리면 조각조각 바스라지기 쉽거든. 라하도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 (먼젓번에 연어구이를 받아든 네가 그랬듯이, 포크로 크게 살점을 떠서 네 입가에 가져간다.) 요리한 사람에게 첫 술을 양보해야 한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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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당신이 건넨 농어조각을 받아먹는다. 적당히 짭조름한 것이 나쁘지 않다! 살짝 눈이 빛나는 것 같다.) 맛있어! ...독도 없고. (작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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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무조건 내가 먼저 먹을래! 그래, 라하 말처럼 독이라도 들어있으면 큰일나니까! (네게 농어 살을 건넸던 포크를 이번에는 자기 입으로 가져간다. 과연 네 말대로 아주 맛있었다. 짠맛 뒤로 단맛이 퍼지며 잔존하는 허브향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역시 라하야. 다른 요리도 걱정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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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한 사람에게 첫 술을 양보하겠다더니. (작게 웃고는 뒤이어진 당신의 말에 살짝 긴장한다.) 다른, 다른 요리도...? 아, 그렇지,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면 같이 요리하기로 했지. ...그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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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그것도 있지만... 라하도 그렇게 말했잖아, 앞으로 라하가 요리하는 건 모두 나에게만 주겠다고. 낚시 시합 무승부로 하는 요리 말고도 내게 이것저것 만들어 주려던 거 아니었어? (씨익! 아, 농어가 아까보다 더욱 맛있어진 것 같다. 살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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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 그랬지. ...종종 요리해보도록 노력하겠네... (농어가 퍼석퍼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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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해줘, 최대한 많이. 전부 다 샌드위치여도 맛있게 먹을 테니까. (무언가를 더 말하려는 듯 숨을 들이켰다가 이내 그만두고 만다. 생선을 맛나게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만약 라하랑 내가 원초세계로 돌아가게 된다면 말야, 우리 아이들도 같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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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네, 많이 해주겠네. 실험적인 요리도, 평범한 샌드위치도,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는 요리도. (당신의 시선을 따라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대가 원한다면, 갈 수 있겠지. 그대가 타고다니던 고래도, 초코보도, 모두 원초세계와 1세계를 함께 건너다녔으니까. ...저번의 그-, 나마즈오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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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것'이라고 생각해야 같이 건너갈 수 있는 거잖아? 고래나 초코보는 아무래도 내가 타고 다니는 동물이고 나마즈오야 뭐... 메기탕 재료였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으음, 어렵네. 라하나 새벽 사람들의 영혼을 '내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단 소리랑 똑같이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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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역시 그런가... 그대가 조금만 더 좋지 않은 부모였더라면 가능했을 지도 몰랐을텐데. 어떤 부모들은 아이를 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농담조로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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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갑자기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데리야끼 소스를 뒤집어 쓴 장어구이 몇 개를 빠르게 집어먹는다.) 어, 음. 아니, 사람들... 보통은 그런 소리 잘 안 하는데. 설마 경험담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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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행스럽게도,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라. 역시 그런 말을 장난으로 꺼내서는 안됐던 거였을까... (당신의 표정을 살피다, 조심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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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그런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었다고?... 설마 크리스타리움에도 그런 부모들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일 일어나지 않게 라하가 좀 더 관심 가져 줘. (네 입에 구운 오렌지를 넣어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안타깝게도 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일 보면 그냥 두고 넘길 수가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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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과 함께 구운 오렌지가 뻑뻑하게 목 안으로 넘어갔다.) 경험이 있다니... 지금은 괜찮나? 역시 말을 조금 가려서 했었어야했는데. (조금 우물쭈물하다 당신을 꼭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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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난 괜찮아, 라하. 잊을 순 없지만 그래도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너를 마주 껴안으며 안심하라는 듯 볼에 얼굴을 부빈다.) 라하는 그런 경험이 없다니 그게 더 다행이고. 근데 이상하게... 내 경험의 영향인진 몰라도, 라하 말고 다른 사람이 지나치게 참견하려 들면 내 부모도 아닌데 왜 저러나 싶어져. 걱정도 적당해야지, 저번엔 슈톨라가 밥을 먹으라느니 쉬라느니 무슨 일 생기면 꼭 말하라느니 엄청 잔소리를 해대길래 '엄마'라고 불러봤거든. 그 표정을 라하도 봤어야 했는데! (킥킥 웃으며 애꿎은 아이들의 머리를 손끝으로 콕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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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식사를 방해받은 게 불만스러웠는지 괏괏 울어댄다. 한 아이는 당신의 손가락을 머리로 밀어내기도 한다.) '엄마'라고 불렀다니, 반응이 어땠을 지 궁금한걸. ...애들이 정말로 사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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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보고 그게 재밌다고 생각하냐더라. 재미가 아니라... 참견 좀 적당히 하라고 그런 건데 눈치채지 못했는지 이후로도 계속 잔소리하더라고. 알아들을 때까지 계속 엄마라고 불러야지 뭐. (풋 웃으며 순순히 아이들에게서 손가락을 거둔다.) 라하, 근데 있잖아. 당분간 수정공이라고 불러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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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문제라도 있나? 나는... 상관 없어. 그대가 뭐라 부르든 나는 그대의 것인걸.
ㅡ
아냐, 문제는 없어! 음... 네가 전에 그랬잖아, 수정공으로서 오랜 시간을 보내왔기에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 말은 수정공으로서의 삶도 온전한 너의 삶이라는 뜻이고, 그리고.. 왠지 라하를 '수정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눈치를 본다.)
ㅡ
수정공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니...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도록 해. ...수정공이라고 불려도, 나는 그대의... 음..., 그대의 언약자가 맞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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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나는 수정공이라고 불리우는 라하와 언약했는걸? 하나뿐인 영원한 내 사랑. (오렌지 한 조각을 또 입에 넣어준다.) 음... 요즘 계속 비슷한 꿈을 꾸거든. 그러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 당연히 꿈 내용은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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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지만.... 비밀이라니, 참아보겠네. 그나저나, 왜 그대는 먹지 않는 건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오렌지를 받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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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라하가 내게 주질 않으니까... (시무룩한 표정을 내보이며 오렌지가 아니라 생선 조각을 하나 집어먹는다. 아무래도 네가 오렌지를 먹여주길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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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흠... (아이들이 저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오렌지 조각을 제 입에 넣고는 당신에게 입을 맞춘다. 오렌지가 당신의 입으로 넘어간다.) 시무룩해하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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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에서 입으로 넘어온 오렌지 조각을 느릿느릿하게 꼭꼭 씹는다. 잔뜩 붉어진 얼굴을 가리려 고개를 푹 숙였다.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 나는... 그냥, 내가 라하... 아니 수정공에게 오렌지 조각 입에 넣어줬던 것처럼 그런... 그런 걸 말한 거였는데 ... (말소리가 모기소리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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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었나? 나는 그대가 시무룩해하는 것 같기에, 기운을 좀 북돋을까 하여 했던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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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싫다곤 안했어!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시무룩하지도 않았어! 널 놀리려고 그런 척 해 봤던 것 뿐이야... 그리고 너무 갑작스러워서, 좀 당황해서 무슨 맛인지 하나도 안 느껴지니까... (다시 달라고 하면 아까처럼 줄 것 같아서 뒷말을 삼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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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끊는 건 좋지 않는 버릇이네만. (작게 웃고는 말을 잇는다.) 당황해서 무슨 맛인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해달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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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수정공, 짖궂네. (대답은 하지 않고 손을 들어올려 네 귀 아랫부분을 조물조물 만져준다.) 그러니까... 오렌지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고...
ㅡ
(오렌지 조각을 집어들어 제 입에 넣는 척 하다, 짖궂게 웃고는 당신의 입에 넣어준다.) 꼭꼭 씹어 먹어야하네. 그래야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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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오렌지 조각을 받아먹고는 일부러 턱을 크게 움직이며 꼭꼭 씹어먹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렌지를 받아먹었는데도 네 귀 아랫부분을 조물대는 손가락은 여전하다.) 응, 이제 좀 느껴지는 것 같네. 내 수정공, 아까처럼 예고없이 훅 들어오면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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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다음부터는 미리 말을 하고 하면 되는 건가? 확실히, 동의 없는 신체접촉은 좋지 않지. ...아, 귀를 만지는 게 싫다는 뜻은 아니야. 더 만져도 괜찮네. (귀를 파닥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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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없는 신체접촉이라도 수정공이 해 주는 거라면 좋아, 다만 아까와 같은 경우에는... 음식맛을 못 느끼겠지. (키득키득 웃는다.) 네 귀는 백 년 동안이나 후드에 눌려 있었으니까 잘 펴 주는 게 중요해. 그러니까 앞으로 매일매일 이렇게 주물러줄게. 음... 백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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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먹이려 한 건데, 음식 맛을 못 느끼면 안 되지. 앞으로는 하지 말아야겠어. (조금 짖궂은 말투다.) ...후드가 그렇게 무거운 것은 아닌데, 펴 줘야 하는 건가? 흠, 그대 말이니 맞을테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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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마로를 보고 초코보라고 했더니 네가 맞장구 쳤던 날을 떠올린다.) 수정공은 내 말이라면 다 옳다고 해주는데 그거 좋지 않아, 물론 난 기쁘지만... 그, 그리고 싫지 않다고 했잖아, 내가 그랬는데도 앞으로 안 해 줄 거야? (네가 그러겠다고 답할까 봐 얼른 제 입술로 네 입술을 틀어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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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감고는 당신에게 몸을 맡기듯 당신을 살짝 껴안는다. 부드러운 감촉이 입을 계속 자극했다.)
ㅡ
(입술을 살짝 부비다가, 말이 나올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살짝 떼어내고 눈웃음을 짓는다.) 대답은? 안 해 줄 거라는 대답은 없어, 무조건 해주겠다는 답만 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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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준다는 대답을 하면 어떻게 되나? (마주 웃음짓고는 짧은 입맞춤을 한 번 더 한다.)
ㅡ
안 해 준다고 하면... 크리스타리움에 돌아가서 주민들에게 다 말해버릴 거야. 수정공이 나한테 입맞춤도 안 해주고 음식도 안 먹여주겠다고 했다고... 그리고 무의 대지로 가서 한동안 안 돌아올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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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안 되지. 그대가 없는 동안 어찌 살라고. ...앞으로도 종종 해주도록 하겠네.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건가?
ㅡ
흐음. (네 양 뺨을 부드럽게 감싸며 시선을 맞춘다.) 그러면 좋겠지만... 혹시 수정공은 싫은데 나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대답하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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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말 하지만... 싫을 때는 싫다고 할 거라니까. 뭘 그리 걱정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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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에 대한 걱정은 이제 없지만 새로운 걱정이 생겨버렸지 뭐야. 혹시라도 내가 네게 경우없거나 무례하게 굴어서 네가 날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 그래서 자꾸자꾸 물어봐야 한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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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대만을 영원히 사랑하리라고 맹세했던 것은, 믿음직하지 않은 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대를 사랑할텐데. (시무룩한 척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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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야! 내가 수정공을 얼마나 의지하고 또 믿고 있는데! 하지만 이건... 좀 다른 거잖아, 그... 나의 좋지 않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분명 싫어질 테니까. 보통 그러잖아? 그래서 그런 일 없게 하려고 조심하고 확인하는 것 뿐인걸. 그러니까 시무룩해하지 마, 내 하나뿐인 사랑. 내 수정공. (손을 네 허리께로 가져가더니 스치듯 만지며 쓰다듬고 손끝으로 훑어내린다. 간지럼이라도 태우려는 모양이다.)
ㅡ
...그대의 말대로라면... 그대는 내가 싫어졌나? 내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있지 않나. 편식을 하는 일이라던지, 최근에는 그대에게 장난도 자주 치고. (당신이 간지럼을 태우지 못하게 당신의 손을 잡아 가볍게 제지하고는 당신의 눈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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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편식은 좋지 않지. 하지만 그저 걱정될 뿐이고 싫어지진 않는걸. 장난을 자주 치는 건... 오히려 귀여워해야 할 일 아닌가? 그렇다면 수정공도 날 그런 마음으로 봐주고 있다는 뜻인가? (네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한다. 빨려들어갈 것 붉은 눈에 저도 모르게 점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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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이라면? (가까워지는 당신의 얼굴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지금은 대화를 해야 할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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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쁜 모습을 보고도 내가 싫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걱정될 뿐이고, 장난을 자주 쳐도 귀여워 보이는... 그런 마음 말이야. (네가 고개를 젓는 통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네 붉은 눈의 마력에서 빠져나온다. 한없이 가까워지다가 코앞에서 멈추니 조금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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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그대를 싫어할 일 같은 건 없을 거야.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를 싫어하게 할 만한 일은 생각이 나지 않는걸. 그대라면 뭐든 좋다는 거겠지. (당신의 얼굴을 보면서 살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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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나는 있어. 수정공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를 한 가지. 뭔지 궁금해? 이미 알 텐데. (다정하게 말하며 네 코끝에 제 코끝을 맞붙이고 부빗댄다. 어느 새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부리를 맞대며 이 행위를 따라하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ㅡ
(잠시 생각하고는 알겠다는 듯 대답한다.) ...내가 그대를 위해 희생하려 하는 것이지? 그럼 나도, 그대가 그리하려하면 싫어하려 노력할 거네. 물론 서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말이야.
ㅡ
싫어하려고 노력... 왜냐면 그래도 날 싫어하지 못할 테니까? 내 영웅님. (그대로 미끄러지다시피 네 목덜미에 얼굴을 안착시켜 부빗댄다.) ...나도 마찬가지야. 이베르가 수정공을 싫어하게 될 일은 없지. 수정공이... 이베르가 가장 싫어하는 걸 한다 해도. 그래도 우리, 약속은 꼭 지키는 거야!
ㅡ
당연하지, 지켜야만 약속인 것을. 지키지 않으면 거짓말밖에 안 되지 않겠나. 반드시 지켜보이겠네. (당신의 손목을 잡았던 손을 놓고는 당신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ㅡ
응, 내 수정공. 내 라하. 꼭 그래줄 거라고 믿어. 나도 그럴 테니까. (날씨가 제법 시원해져서 네가 조금은 서늘함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된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웃음을 지울 줄 모르고 너를 더욱 꼭 끌어안는다.)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갈까?
ㅡ
(당신이 안는 것을 느끼고는 조금 더 달라붙는다.)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인가. 조금 아쉽기도 하고, 그렇네. 여기서 꽤나 즐거웠으니까. 그래도 돌아는 가야겠지.
ㅡ
너만 괜찮다면 여기서 계속 지낼 수도 있지만, 역시 안 되겠지... 아직 할 일이 남아있으니까. 대신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서도 즐거운 일들을 잔뜩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할게.
ㅡ
...'즐거운 일'이 확실하지? 아니면 그대에게만 즐거운 일이라거나. (짖궂게 말하곤 작게 웃음을 짓는다.)
ㅡ
...내, 내가 즐거우면 수정공도 즐겁다고 했으니까... 나만 즐거운 상황 같은 건 없을 거야. 그렇지? (어쩐지 시선을 아이들에게로 돌리며 딴청을 피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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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음... 대부분의 경우엔 그럴 것 같지만... 심한 장난은 안 되네.
ㅡ
그럼, 물론이지! 내가 여태까지 한 것들 중에 심한 장난은 없었지? (슬금 고개를 돌려 다시금 네 눈을 바라본다. 없었다고 해 주길 바라는 듯하다...)
ㅡ
인적, 물적 피해가 생기면... 심한 장난이 아니겠나. 지붕을 깨버렸다던가 하는... 그런 것들일까. (짖궂은 표정이다.)
ㅡ
!! (그 말에 황급히 네게서 몸을 떼어낸다. 퍽 당황한 표정이다.) 그, 그렇지만! 지붕 복구에 필요한 비용과 재료는 내가 다 줬고... 어쨌든 그 지붕도 내가 빨리 다시 만들어놨단 말이야! 그러면 실질적 피해는 없는 거잖아? 다행히 다친 사람도 없었고! 게다가 장난이 아니라 실수야! 죄식자가 들어온 줄 알아서 그만...! (급한대로 - 뭐가 급한진 모르겠지만 - 어느 새 부엉이로 변한 아이들 중 하나를 집어들어 꾹 껴안고 너를 힐끔거린다. 얼결에 안겨버린 첫째가 불만인 듯 낮게 운다.)
ㅡ
그렇군. 장난이 아니라 실수였던 거로군... ...그래, 사과는 다 했었나? 물론 다 했겠지만. ...뭐, 그 외엔 달리 생각나는 일이 없는 것 같네.
ㅡ
아니, 당연히 사과했지! 날 뭘로 보고! 그리고 그게 언제적 일인데 지금 얘길 꺼내는 거야, 너무해... 정작 그 일이 보고서로 올라갔을 땐 아무 소리 안하더니 이제와서... (품에 안은 첫째의 정수리에 얼굴을 묻다시피 하고 앓는 소리를 낸다.)
ㅡ
(작게 웃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말을 꺼내게 한 건 그대인걸. 아닌가? (조금 즐기는 듯 하다.)
ㅡ
아니야, 나는 심한 장난에 대해서 물었지 내 실수를 물은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수정공이 먼저 그 얘길 꺼낸 게 맞는 거지! (조금 억지스럽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역시 날 놀리고 있는 거지?
ㅡ
아, 들켜버렸나. 하지만 그러는 동안 그대가 꽤 귀여웠어서, 어쩔 수 없었네. (매우 즐거운 표정이다. 당신을 안고싶은 듯 팔을 살짝 벌린다.)
ㅡ
...그래, 귀여워서 어쩔 수 없었구나. 그럼 지금 팔을 벌린 것도 내가 아니라 나보다 더 귀여운 아이들을 안아주려고 그런 거겠지? (슬쩍 널 흘겨보더니 제 품에 안겨있던 첫째를 네 품으로 넘긴다.)
ㅡ
(첫째를 받아들고는 충격받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그러다 첫째에게로 눈을 돌리고는 첫째에게 작게 소곤거린다.) ...이베르가 더 귀여운데. 그렇지 않나. (첫째가 질린다는듯한 눈동자를 하고는 부엉하고 한 번 울었다.)
ㅡ
...다 들리거든. 내가 아이들보다 더 귀엽다고? 나는 세상에서 우리 작은 아이들이 제일 귀여운데. 수정공보다도 더, 훨씬 귀엽고 예쁘지. 부끄러움도 안 타고. (네게 안겨있는 첫째의 머리를 손끝으로 톡, 가볍게 건드린다. 둘째와 셋째가 다가와 날개를 퍼덕였다. 네 품에 안기고 싶은 모양이다.)
ㅡ
너무하네... (시무룩하게 아이들을 셋 다 꼭 끌어안는다.) 그대는 내가 제일이 아닌 거지? 나는 그대가 모든 면에서 제일이건만. (아이들에게 얼굴을 묻고는 우는 소리를 내는 척 해본다.)
ㅡ
어머나. 짖궂은 수정공이 또 어둠의 전사를 놀리네? (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뒤로 돌아가 너를 꼭 안는다. 아이들을 품에 안은 수정공을 품은 영웅이 되었다!) 당연히 모든 면에서 수정공이 제일이지. 편식도 희생도 부끄러움도 전부 다. (키득키득 웃으며 목 부근에 입술을 부빈다.)
ㅡ
간지럽네... ...이번엔 그대가 나를 놀리려는 거지? 편식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겠다면 어찌할텐가? (아이들을 놓아준다. 답답했던 듯 아이들이 퍼드덕거리며 품에서 빠져나간다.)
ㅡ
어머나. 그럼 수정공이 모든 면에서 최고가 아닌 건데도? 좋은 면에서만 1등을 하려는 거야? 욕심 많은 수정공. (아이들이 빠져나간 품을 제가 차지하려는 듯 슬슬 네 앞으로 몸을 옮긴다.) 편식도 안 하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나는 언제나 똑같이 내 사랑을 1순위로 생각할 거야.
ㅡ
(당신을 향해 다시 한 번 팔을 벌린다.) 좋은 면에서만 1등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나쁜 것은... 음... 되도록 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도 고기가 더 좋지만 말이네.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ㅡ
지금 수정공의 몸 상태로는 사실 편식을 해도 상관없지만 말이야. 나중을 위해 미리미리 연습해두는 거라고 생각해. 채소가 그렇게 싫으면 예전에 말했던 대로, 채소가루를 내서 음식에 뿌려줄게. (자세를 낮추어 네 품에 안겨들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네가 웃는 소리를 많이 듣는 날이네. 기분 좋아.
ㅡ
...채소가루를 내도 맛은 느껴지지 않을까...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네.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 품에 안긴 당신에게 머리를 살짝 기댄다.) 내가 오늘 그렇게나 자주 웃었나? 그대가 기분 좋다하니, 앞으로도 즐겁게 지내야겠는걸. 그대가 많이 도와줘야할 거야. 즐겁게 지내려면 말이지.
ㅡ
물론이지. 내 수정공이 즐겁고 기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데?
ㅡ
음... 어떻게라... (깊이 생각에 빠져버렸다.)
ㅡ
내가 장난치고, 수정공과 우리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또 모험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말고 널 즐겁고 기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더 있어? 요리는 물론이고 말야. 꼭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되니까 생각나면 바로바로 말해줘야 해.
ㅡ
그거면 충분할 것 같지만 말이야. 생각난다면 꼭 말해주도록 하겠네. (고개를 끄덕거린다.)
ㅡ
후후, 그래. 참, 수정공. 우리 아마로 승강장 앞쪽 공터에 솜털 쉼터를 만들기로 했잖아. 혹시 솜풀이 잔뜩 있는 커다란 침대의자, 알고 있어? 포르탕 백작 회고록에 모그린이라는 모그리도 나와 있어? 그 모그리 껀데.
ㅡ
...모그린? 모그리라... 모그리... 생각나는 것이 없네만.
ㅡ
그렇구나. 들어봐, 성룡을 만나러 갔는데 그 지역에 모그리들이 살고 있더라고. 그들의 왕이 모그린이라는 이름의 모그리인데, 덩치도 엄청 커서 완전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었어. 솜풀로 만든 의자인데 올라가보니 구름 위에 앉은 듯 폭신거리는 데다 크기도 사방으로 내 열 배는 되더라니까.
ㅡ
그럼 그걸... 만든다는 건가? 그 공터에? 올라가서 앉을 수도, 누워있을 수도 있을테고... 무척이나 궁금해졌는걸.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말이야! (흥분으로 눈이 반짝이는 것 같다.)
ㅡ
응, 앉을 수도 누워있을 수도, 심지어 편히 잘 수도 있고 테이블을 가져다두면 식사도 할 수 있지! 원초세계에 갈 때 그쪽에 들러서 사진찍어올게, 네 도시에서 만든 이 알라그 석판 기기로! (네모난 석판을 흔들어보이며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주변에 날아다니는 솜털이랑 꽃을 잔뜩 심을 거야.
ㅡ
무척이나 하얗고 푹신푹신한 공간이 되겠는걸... 그럼 기대하고 있겠네. 아니면 내가 뭔가 도울 일이라도 있나?
ㅡ
아, 하나 있어. 크리스타리움에 돌아가면 성견의 방 근처, 타워 내부에 둬도 어울릴만한 화분을 몇 개 구해 줘. 큰 걸로. 솜풀 씨앗이 있거든, 거기서 키우려고!
ㅡ
완벽하다 자부할 수 있을만큼 어울리는 화분을 구해보겠네! (공예관에 주문을 넣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ㅡ
응, 화분에 우리 이름도 꼭 새겨줘. ...완성될 솜풀 쉼터를 생각하면 좋긴 한데 왠지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기가 점점 싫어진다. 가면 너도 다시 연구에 집중하느라 심려의 방에서 잘 못 나올 테고... (어쩐지 조금 시무룩해졌다. 할 일이 있으니 돌아가야 한다 말하던 아까와는 딴판이다.)
ㅡ
그건... 그렇네. 그래도 금방 끝낼 수 있을 거야. 급한 일들이 끝나면, 또 놀러나오기로 약속하는 건 어떤가. 아이들과 함께 말이야. 낚시도 하고, 요리도 하고. 즐겁게 또 노는 거네. (당신의 뺨에 입술을 살짝 부딪힌다.)
ㅡ
그리고 또 커다란 마물같은 무언가도 만나고? (무언가 생각난 듯 짖궂은 표정이 얼굴에 떠오른다.) 좋아, 다음 장소를 정했어. 우리 아이들이 오두막같은 낡은 나무집을 좋아할지 모르겠네?
ㅡ
마물같은 건... 안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다음에는 어디로 갈 건가? 물론, 일이 끝난 후에야 갈 수 있겠지만...
ㅡ
멀리 가면 며칠씩 노는 건 불가능하니까, 역시 레이크랜드가 낫겠지. 거인의 토끼집이라고 알아? 지금은 아무도 안 쓰는 낡은 오두막이야. 그 근처에서 놀다가 깊은 밤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광요 교회에 가보는거야. 거기, 밤에 유령이 나온대!
ㅡ
...유령? ...마물같은 게 아닐까. 세상에 유령이 어디있나. 움직이는 시체라면 몰라도.
ㅡ
아니,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육체는 원초세계에 두고 혼만 넘어온 새벽 멤버들의 상태를 설명해 줄 때 그렇게 말했잖아, "보고 만질 수 있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라고. 그런데 이제와서 유령이 어딨냐고 하면 어떻게 해! (즐거운 모양이다.)
ㅡ
"유령과도 같은 존재"지, 유령은 아니지 않나. ...아닌가? (조금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
ㅡ
그렇지만... 내가 유령 이야기도 해 줬잖아, 이 세계의 원래 영웅이었던 아르버트 유령에 대해서 말야. 그런데도 유령이 어디있냐니, 라하 사실 내 이야기 안 믿었던 거야? (다시금 시무룩하다...)
ㅡ
(안절부절 못하다 일단 내뱉는다.) 그, 그러니까, 유령과 혼은 좀 다른 게 아니겠나! 그러니까, 그대가 얘기해줬던 아르버트는 유령이 아니라 혼이었던 거지! 유령은 뭔가 조금 더, 공포스럽고, 그런 것 아닌가!
ㅡ
물론 여기 1세계에서는 '유령'이라는 단어의 뜻이 다를 수도 있지. 하지만 박물진열관에서 찾아낸 1세계의 <표준공용어대사전>에 의하면 말이야, 유령은 육체가 없는 정신 또는 영혼으로 정의되는데 죽은 자의 혼령이 현세에 머물면서 생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대.
ㅡ
그러니까 아르버트는 유령이 맞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 혼과 합쳐진 아르버트의 혼에게 조금 미안한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유령은 존재한다구!
ㅡ
알았네, 유령은 존재해... (조금 우물쭈물하는 듯한 모양새를 내비치다,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 나이에, 담력체험을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겠나...
ㅡ
...수정공, 사실 유령이 무서운 거지? 생각해보니 수상해. 내가 처음 1세계에 와서 거주실에서 유령을 봤다고 말했을 때도 네 반응이 영 석연찮았어. 보통 그런 소릴 들으면 어떤 유령이 나왔느냐고 묻지,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데... 불편하면 방을 바꿔주겠네.' 하고 말하진 않거든. (당시의 네 말투와 억양까지 똑같이 따라하며 씨익 웃는다. 아무래도 네가 유령을 무서워한다는 가설을 기정사실로 단정짓는 듯하다.) 내 수정고양이는 겁이 참 많아?
ㅡ
........겁이 많다니, 무슨 소린가. 그렇지 않네. 까짓 담력체험, 하도록 하지. 나는 전혀 무섭지 않으니까 말이네! ...일단 일들을 끝낸 후에... 말이지.
ㅡ
아아. 그래? 일들은 언제 끝나는데? 금방 끝날 예정이었지만 방금 전에 바뀌었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예정으로.
ㅡ
(움찔한다.) 그럴 리가! 금방 끝낼 수 있을 거네. ...아마도.
ㅡ
흐음... 그렇구나. 그러니까 수정공은 일도 빨리 끝낼 계획이고 유령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그러면... 유령이 무섭지 않으니까, 깊은 밤 혼자 크리스타리움을 순찰하는 일도 무섭지 않겠네?
ㅡ
지금껏 자주 해왔던 일이네만. 깊은 밤에도 깨어있는 주민들이나 위병이 있으니까, 무섭지 않네.
ㅡ
흐음... 만약 깨어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ㅡ
그, 그럴 리 없네. 도시에 주민이 얼마나 많은데, 그 중 하나라도 깨어있지 않겠나.
ㅡ
수정공이 홀로 순찰을 돌기로 했으니 다들 숨어있거나 밖에 나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 들어줄 것 같은데? 실디하에서 지낼 때도 몇 번 그랬던 적 있어. 더군다나 크리스타리움의 주민들은 어둠의 전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려고 하니까!
ㅡ
......나한테 왜 그러나, 이베르... (시무룩한 모습이다.)
ㅡ
(시무룩한 네 모습에 내심 당황한다.) 수, 수정공이... 유령은 무섭지 않고, 또 유령은 없다고도 했으니까... 연인에게 그 말을 증명해주는 차원에서...?
ㅡ
...꼭 증명을 해야 하는 건가...?
ㅡ
그....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던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말하면 네게 들켜버리니 선뜻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으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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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렇지? 겁이 많지 않다고 말을 했는데 꼭 증명을 해야한다고 했으면, 그대가 내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할 뻔 했지 뭔가! (어쩐지 안심한 눈치다.)
ㅡ
... ... ... (맙소사! 기묘한 표정으로 너를 빤히 바라본다.) 아니, 뭐... 꼭 한밤중의 순찰로 증명할 필요는 없겠지. 함께 지내다 보면 언젠가 라하의 겁없음을 증명할 수 있는 날이 올 테니까. 안 그래? (히죽!)
ㅡ
...음... 그렇겠지...? 아니지, 증명할 필요 없이 나는 겁이 많지 않대도! (조금 투덜대듯 말한다.)
ㅡ
정말이지? 그러면 유령들에 의해 크리스타리움에 호박머리가 둥둥 날아다녀도 괜찮은 거지? 분명히 무섭지 않다고 라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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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머리라... 안을 파낸 호박 말하는 것이지? 호박은 요리 재료가 아닌가. 무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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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문제가 아니라 그 호박을 날아다니게 하는 유령들이 있다는 게 문제지만! 뭐 좋아, 그런 날아다니는 눈알, 걸어다니는 해골, 수정공이랑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수정공도 안 무서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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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무섭대도! 무섭지 않아! 나는 겁쟁이가 아니란 말이네! 그런 것들 전혀 겁나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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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만 수정공... 마지막은 좀 무서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또 다른 너잖아, 도플갱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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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과거의 내가 원초세계에 잠들어있지 않나. 또다른 나인데, 그것과는 다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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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그 라하를 내가 '또 다른' 너라고 부르진 않잖아? '잠들어있는' 너라고 말하지. '또 다른 너'의 진짜 무서운 점은 너도 모르는 누군가가 너와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격, 똑같은 말투로 세상을 돌아다니다 결국 네 앞에도 나타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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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하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한다.) 그게 왜 무서운 지 모르겠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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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얼굴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고... 유령은 무서운데 그런 건 무섭지 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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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게 들으니 조금 곤란할 것 같기도 하네. 혹시 마물이라면 빠르게 처치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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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 일단 일을 다 끝내고, 레이크랜드로 다시 놀러나와서 밤중에 광요 교회에 가고 난 이후에. 그전까진 날아다니는 눈알이나 또다른 수정공은 나오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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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그대가 마물을 부리겠다는 뜻으로 들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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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있어? 절대 안 그래. 내 느낌상, 그리고 시간상 그렇게 될 것 같다는 거지! 이무튼 수정공, 깊은 밤의 광요교회에 갈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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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알았네. 그대도 함께 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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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아이들도 함께 갈 거야. 하지만 수정공은 키가 작으니까 앞장서줘야 해, 난 뒤를 지키며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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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은 것과 앞장서는 것에 무슨 관계가 있나. 아니, 작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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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내가 수정공 앞에 서면 수정공 시야가 다 가려지는데다가 뒤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잘 모르게 된단 말야. 그러니까 키가 작지 않으므로 앞장서지 않겠단 말은 안 통해!
ㅡ
윽... ...알았네. 그나저나, 자세한 얘기는 그때 가서 해야되는 게 아닌가. 지금 이야기해둬도 상관은 없지만.
ㅡ
어머나. 그때 가서 딴소리하려고 그러지? 안 돼, 수정공이 이미 알았다고 답했잖아. 그렇지 얘들아? (이번에도 아이들이 네 대답을 들은 증인이다.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부엉, 하고 울며 날개까지 퍼덕인다! 알아들었다는 뜻인가보다!) 후후. 그럼 오늘은 이만 잘까. 아침 일찍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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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신을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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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내 수정공, 잘 자. 꿈에서 유령놀이 하자. (마지막까지 너를 놀리며 키득키득 웃고는 품에 너를 가득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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